자책한 KT 이강철 감독 "선수들 다 잘했다. 내 탓"

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패퇴
투수 교체 타이밍 등 아쉬움 남기고 퇴장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무대서 패퇴한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자책했다.

이강철 감독이 지휘하는 KT는 13일 고척 스카이돔서 벌어진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0-2 패했다. 1~2차전을 내준 뒤 3차전을 잡으며 반등을 노렸던 KT는 이날 패배로 올 시즌을 접었다.

두산보다 많은 안타를 뽑으며 여러 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주루사와 병살타가 나왔다. 1회초 공격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대량득점 기회를 날렸다. 안타 3개를 치고도 1점도 얻지 못했다. 선발 유희관을 1회 도중 끌어내렸지만 바뀐 투수 김민규에 막혔다.

이번 시리즈 내내 이강철 감독의 애를 태웠던 KT 타선은 끝까지 답답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리즈 중 터지지 않는 타선에 대해 “내가 타순을 잘못 짰다”고 자책한 바 있다.

더 아쉬운 부분은 역시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이강철 감독은 3회 2사 1루에서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선발 배제성을 내리고 좌완 조현우를 투입했다. 4회에도 2사 1루에서 잘 던지던 조현우를 빼고, 1차전 선발 소형준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정규시즌 최주환에게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던 소형준은 최주환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는 무리수로 남게 됐다.

소형준은 불펜으로 등판한 경험이 많지 않은 고졸 신인투수다. 올 시즌 정규시즌 26경기 중 24차례가 선발 등판이다. 구원투수로 나왔을 때는 2.1이닝 4피안타 1실점에 그쳤다. 벼랑 끝에 있는 KT 입장에서 소형준을 아낄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이닝에 구원 등판시킬 수 있다”는 말은 뒤집었다. 이닝 도중 주자가 있을 때 꺼낸 소형준 카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2015년 1군에 처음 뛰어든 KT는 3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고, 2018년 간신히 9위에 올랐다. 신생팀 한계에서 점점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이강철 감독 부임 후다. 2019시즌 창단 이래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넘어서며 6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81승1무62패로 당당히 2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선수들과 팬들은 성과에 취해도 아깝지 않은 성적이다.

이강철 감독 역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내 탓이다. 팀 KT가 MVP”라고 말한 총책임자 이강철 감독은 더 큰 KT, 더 뛰어난 명장 반열에 오르기 위해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