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손 잡은 최태원, e커머스·플랫폼 '글로벌 초협력' (종합)

조슬기나 2020. 11. 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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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아마존과 11번가 투자협력 논의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임혜선 기자, 차민영 기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한국시장 진출의 초협력 파트너로 SK그룹을 택한 배경에는 '플랫폼' 기반의 신사업 확대를 꾀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가 주효했다. 특히 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전통적 통신사업부터 콘텐츠, 미디어, e커머스 등 신성장 사업을 아우르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초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커머스를 시작으로 콘텐츠ㆍ통신까지 시너지 기대

재계 관계자는 13일 SK그룹과 아마존의 투자 협력 논의에 대해 "한국시장에 관심을 가져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최 SK그룹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e커머스시장의 협력을 시작으로 콘텐츠, 통신사업까지 방대한 영역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협력 중심에는 SK텔레콤이 존재한다. 그간 통신사업에서 쌓아온 단일 가입자 기반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 이동통신, e커머스를 총망라한 플랫폼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SK그룹 차원에서도 향후 중간 지주사 도입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될 SK텔레콤의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이번 초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e커머스로 시작하지만 향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아마존과 연합하며 계열사 11번가를 중심으로 한 국내 e커머스 생태계는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직접구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직구족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몰인 아마존의 상품을 복잡한 과정 없이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게 돼, 내수와 직구시장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현재 4위에 머무르고 있는 11번가의 위상도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이 상반기 주요 인터넷 쇼핑 서비스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 휴대폰 소액결제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11번가의 거래액은 5조2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순위로 보면 4위다. 1위인 네이버(9조7900억원) 거래액의 절반 수준이다. 2위 이베이코리아(8조8700억원), 3위 쿠팡(7조8400억원)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적은 수준이다.

e커머스시장 판도 급변 전망

아마존과의 협업이 시작되면 판도는 단숨에 뒤바뀔 수 있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해외 직구 수요를 선점할 수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외 직구시장 규모는 3조64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직구 거래액은 약 16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거래액의 절반을 넘겼다. 롯데카드를 비롯한 카드 업체들의 통계에 따르면 직구 구매 중 아마존을 이용하는 이용률은 전체 거래액 중 19~20%에 달해 해당 수요만 흡수해도 11번가는 2, 3위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11번가가 아마존 인기 상품을 직매입한 뒤 물류센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경우 내수와 직구 사이의 구분도 무의미해진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와 국내 배송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11번가는 경쟁력 있는 해외 상품들을 국내에 독점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역시 해외 직구에 필수로 사용해왔던 배송대행지(일명 배대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돼 빠르고 안전하게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된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택배시장이 기술 고도화로 성숙 단계에 이른 한국시장에서 경쟁 우위가 없는 만큼 직진출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11번가 입장에서도 알리바바와 더불어 양대 글로벌 플랫폼인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국내 e커머스 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역직구시장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판매자들이 오픈 마켓인 11번가에 상품을 올리면 아마존에서도 함께 판매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아마존에서는 미사일을 빼고 다 판다'라는 말처럼 전 세계 모든 물건이 있는 시장인 만큼 국내 제조업체들의 생태계 역시 크게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역직구시장이 열린다는 뜻인 만큼 국내 제조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 측면이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서비스 중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마존 프라임', 오디오북 서비스 '오더블(Audible)', 전자책 '킨들' 등과 SK텔레콤, 11번가의 트라이앵글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아마존이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시킨 멤버십 제도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서비스로 충성 고객들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는 면에서 3000만명에 달하는 SK텔레콤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멤버십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커머스를 넘어 통신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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