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숨은 공로자'

이지은 2020. 11. 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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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센터 창립 20년] 세상을 바꾼 공익소송사 ②

2020년 11월 9일, 공익법센터는 창립 20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100여 건이 넘는 다양한 영역의 시험 소송을 제기해 때로는 승소, 때로는 패소했으나 논쟁적 화두를 던짐으로써 인권과 우리 사회 모순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20년, 공익법센터가 수행한 공익소송 중에서도 주요 10선을 뽑고, 공익소송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본다. - 월간참여사회 <기자말>

[이지은 ]

 이동통신사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내역 공개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 참여연대
(☞ 이전 기사 : [공익소송사 ①] 항공기 소음부터 차벽까지, 시민 권리 지킨 소송들)
[소송 ⑥]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넘기고 알려주지 않은 이통사를 혼쭐내다 
 
이동통신사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내역 공개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손배소송, 소제기일 2013.04.29, 선고일 2019.02.13, 결과 일부승소) 

2012년,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영장이나 허가 없이 수집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수사기관이 이통사로부터 가져간 인적사항은 39만 5061건, 전화번호는 무려 385만6357개에 달했습니다. 연간 약 800만 개의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받아가고도 그 사실은 본인에게 통지조차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2012년 4월, 공익법센터는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이번엔 참여연대 회원들과 함께였습니다. 이통사들이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그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 다함께 열람신청 후, 제공됐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통3사는 열람을 거부했고 2013년 4월, 공익법센터는 다시 이통3사를 상대로 열람청구 거부 취소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게 됩니다. 소중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공익소송에 참여연대 회원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눈부신 성과입니다.  
  
 국회 앞 100미터 내 집회 전면금지 조항 헌법소원.
ⓒ 참여연대
[소송 ⑦] 민의의 전당 앞에서 민심 전달 못하게 막는 집시법은 '위헌'
 
국회 앞 100미터 내 집회 전면금지 조항 헌법소원
(위헌소송,  소제기일 2013.09.26, 선고일 2018.07.12, 결과 헌법불합치)

2011년 당시 참여연대는 국회 문턱을 낮추는 '국회를 시민 품으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시법 제11조 1항 '국회의사당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 집회 전면 금지' 조항이 문제였습니다. 이태호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국회 앞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공익법센터는 민심의 전달을 가로막는 집시법 제11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무려 5년 만에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 무색하게 2020년 3월, 20대 국회는 국회 앞 집회를 겉으론 허용하면서 실질로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을 넓히는 방향으로 집시법 11조를 개악해버렸습니다. 5년 만에 어렵게 얻어낸 시민 사회의 성과를 국회가 다시 무로 돌린 것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RTV(시민방송)에 대한 제재조치명령 취소소송.
ⓒ 참여연대
[소송 ⑧] 박근혜 정부 시절, 방통위의 정치심의·과잉심의를 문제 삼다 
 
방송통신위원회의 RTV(시민방송)에 대한 제재조치명령 취소소송
(행정소송, 소제기일 2013.11.27, 선고일 2020.01.15, 결과 승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국이나 언론이 권력에 불편한 내용을 방송할 경우 공정성, 객관성 심의 위반으로 제재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던 2013년 3월,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던 시민방송(RTV)이 역사다큐 <백년전쟁>시리즈 <두 얼굴의 이승만> <프레이저보고서>를 방영하자 방송통신위회가 시민방송에 중징계 처분을 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 내용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심의'였습니다. 부당하고 과도한 방통위의 제재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은 이후 7년이나 걸렸고, 올해 1월에서야 승소하게 됩니다. 이처럼 공익소송은 때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값진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국가정보원의 ‘패킷감청’에 대한 헌법소원.
ⓒ 참여연대
 
[소송 ⑨] '과학기술'과 '공권력'의 만남에 꼭 필요한 민주적 통제장치  
 
국가정보원의 '패킷감청'에 대한 헌법소원
(위헌소송, 소제기일 2016.03.30, 선고일 2018.12.19, 결과 헌법불합치)

2015년 국정원은 김아무개 기독교평화연구소 운영위원장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실을 수사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사무실 인터넷 전용회선을 실시간감청('패킷감청')하기로 통보합니다. 그런데 연구소의 사무실은 동료 목사 문아무개도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국정원의 무분별한 패킷감청으로 죄 없는 시민까지 감청 대상이 된 것입니다.
2016년, 공권력감시네트워크는 무분별한 패킷감청에 문제를 제기하고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기 위해 위헌소송을 시작했고, 공익법센터가 공동 변론을 맡게 됩니다. 2018년,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2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낸 이 소송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과학기술과 공권력의 만남에는 언제나 민주적 통제장치가 수반되어야 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박근혜 퇴진 국민대행진에 대한 경찰의 금지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 참여연대
 
[소송 ⑩]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든든한 뒷배가 된 공익소송
 
2016~2017년 박근혜 퇴진 국민대행진에 대한 경찰의 금지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소송, 소제기일 2016.11.11, 선고일 2016.12.02, 결과 인용)
 
2016년 10월을 기억하시나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망,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로 국정농단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던 시기, 시민들이 하나둘씩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찰은 교통소통 방해, 폭력시위로 변질 등의 이유로 촛불시민의 평화 행진과 집회신고를 계속 금지처분 했습니다.

10월 29일 첫 주말집회가 있던 날, 행진 행렬은 결국 광화문 앞에서 가로막히고 맙니다. 이에 공익법센터는 11월 5일, 곧바로 경찰의 집회금지에 대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인용 결정을 하면서, 촛불시민들이 합법적으로 광화문 사거리를 행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찰은 거듭되는 청와대 인근으로의 집회·행진을 조건부 허용으로 막으려 했습니다.

공익법센터는 지치지 않고 계속 가처분 신청을 냈고 11월 11일, 결국 사직로 율곡로 구간까지 인용이 결정난 데 이어 12월 3일엔 마침내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200만 촛불 시민들이 6개월 동안 장장 23차례에 걸친 평화로운 집회·행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법적인 집회공간을 열어준 기념비적이며 역사적인 소송입니다.
  
공익법센터는 그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시험적이거나 선도적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미처 권리로 인식하지 못했던 권리의식 고양, 승소여부에 상관없이 소송을 통한 문제제기 자체만으로 사회적 관심 촉발, 제도개선 필요성 공감대 확산이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공익소송의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패소자부담주의를 적용하는 법원과, 법무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국회가 편면적패소자부담주의(one-way fee shifting)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공익법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국회 입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세상을 바꾼 #공익소송10선 by 참여연대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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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지은 님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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