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통령 감옥 보내는 잔혹한 나라? DJ를 보라"

권혜숙 2020. 11. 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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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
"이명박·박근혜 사면하는 게 옳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듯"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계속되는 전직 대통령 잔혹사에 대해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자각이 있으면 좋겠다”며 “전직 대통령이 참담한 말로를 맞지 않는 게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한 척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우리나라의 ‘불행한 전직 대통령들’은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주제였어요. 제가 두 대통령을 모셨는데, 특히 노무현 대통령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에 대통령 하겠다는 분들이 자문을 구하면 이 말씀부터 여쭤봤어요. ‘그렇게 불행하게 안 될 자신이 있느냐, 왜 불행하게 됐는지 생각해봤느냐.’ 제대로 대답해 주시는 분이 없었어요. ‘나는 그렇게 안 될 수 있다’, 그런 대답은 못 들어봤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횡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재수감된 다음 날인 지난 3일, 라종일(80) 가천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반복된 우리 대통령들의 참담한 말로에 대해 고민한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이란 책을 최근 펴낸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김대중정부에서 국가정보원 해외·북한담당 제1차장과 영국 대사를 지냈고, 노무현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일본 대사를 역임했다.

4년째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다시 동시에 영어의 몸이 된 상황은 대통령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존경할 만한 전직 대통령 한 명 갖지 못한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불명예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랑스럽지 않은 ‘대통령 잔혹사’를 끊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라 교수와 전화와 메일로도 추가 질문과 답을 나눴다.

-영국 대사 시절 일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002년 16대 대선 직후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귀국하라고 전화가 왔어요. 친한 현지인 몇 분과 자리를 만들었는데, 한국 대통령은 거의 예외 없이 끝이 좋지 않으니 거기 휘말리지 말고 대사를 계속하다가 학교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만류하는 거예요. 정말 그랬구나, 새삼 충격을 받았습니다. 권위주의 정부, 군사정권의 대통령이 불행한 건 이해가 되죠.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여겼는데 그 이후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모두 불행해지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대통령의 비극이 한국 정치의 특징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욕, 일가의 비리 같은 개인적인 요인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측근들의 잘못도 있지요. 톨스토이가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어요. 대통령마다 불행한 원인이 다 달랐지만, 모두 끝이 불행했어요. 이승만 대통령은 망명지에서 돌아가셨고, 박정희 대통령은 측근에게 살해당했고,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모두 감옥에 갔지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들은 감옥에 가지 않았지만 자손들이 감옥에 갔고,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적어도 자신들이 수행했던 정책 때문에 불행했던 건 아닌 듯합니다.”

2003년 3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라종일(왼쪽에서 두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DB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이후는 다르리라 생각했다고 하셨는데,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떠셨나요.

“노무현 대통령은 늘 시골로 은퇴해서 편안하게 살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안 됐어요. 일가의 뇌물 수수 의혹이 있었지만 다른 원인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본인은 시골로 내려가면서 정치와 멀어졌다고 하지만 뒤에 정권을 잡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거죠.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그 권력이 위협이 된다고 느끼고.”

-정권이 바뀌면 되풀이되는 문제라는 말씀인가요.

“이명박 대통령만 그런 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역시 그랬어요. 같은 진영 내에서 정권이 이양됐는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 승인을 했고, 결과적으로는 전직 김대중 대통령에게 심한 타격이 됐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후임자를 의식해서 동교동계를 자진 해체했는데 상당수 측근들을 사법처리 했어요, 조금 무리하게까지. 대부분 무죄였거나 항소를 안 하는 조건으로 사면을 받았어요. 그리고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지요. 새 정부가 전 정부 책임자들을 사법처리하는 건 전제 정치나 봉건 시대에나 있는 현상이죠. 마치 옛날에 왕조 하나가 무너지고 다른 왕조가 서면 그 전 왕조의 잔재를 다 없애거나 정치적으로 거세하는 것처럼.”

-그래도 김대중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덜 불행한 대통령 아니셨나요?

“김대중 대통령도 여러 이유로 행복하지 않았어요. 아들들 감옥 갈 때 그냥 정신이 없었다고 그래요. 이희호 여사는 충격을 받아서 막 토하고 그랬대요. 그런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과 아버지로서의 위치를 자꾸 혼동하시더라고. 자서전에도 자식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쓰시고. 조금만 엄하게, 조금만 선을 그었을 수는 없었을까…. 심혈을 기울였던 햇볕정책도 은퇴 이후에 결말이 안 좋았죠. 김정일이 답방 약속을 안 지켰고, 특사를 보냈는데 만나주지도 않았고. 그때 정말 드물게 굉장히 화를 냈을 정도였으니까 불행했죠.”

-정권 교체를 새 왕조가 들어서는 것에 비유하셨는데, 왕조 시대의 군왕처럼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대권’이라는 말이 그래요. 민주주의에는 맞지 않는 건데 계속 쓰고 있죠. 선거에서 이기면 한시적으로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위임을 받는 건데, 대통령이 되면 헌법에 보장되지 않은 권한까지 행사를 해요. 헌법에 의하면 내각을 조직하는 권한은 총리에게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건데, 청와대가 하는 게 상식으로 통하죠. 행정부의 관리 임명까지 청와대가 합니다. 그게 정말 대통령의 뜻인지 대통령 측근의 뜻인지 알 수 없어요. 제가 ‘천민 공직윤리’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바라는 것 같은 눈치가 있으면 법에 좀 어긋나더라도 아래에서 대통령의 뜻에 맞게 적당히 처리하고, 그러면 나중에 책임은 또 대통령한테 가겠죠.”


-제왕적 대통령제 외에도 5년 단임제가 장기 독재를 막는 대신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없는 ‘승자 독식’을 낳는다고 분석하셨습니다. 장기적으로 내각제나 중임제가 불행한 대통령을 줄이는 데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회의적이에요. 철학자 존 듀이가 헌법을 자꾸 고치는 나라는 병자라고 했어요. 누워 있다가 어디가 아프면 자세를 바꿔보고, 다른 데가 아프면 또 바꿨다가, 다른 데가 아프면 다시 바꾸고. 건강한 사람은 자세를 자꾸 바꿀 필요가 없죠. 영국은 헌법 자체가 없고, 미국도 헌법이 굉장히 단단한 개념이잖아요. 트럼프 대통령 4년이 참 엉터리였지만 그렇다고 미국에서 제도를 바꿔야겠다는 얘기는 안 하니까요.”

-그래도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제도를 그렇게 운영하기로 하면 바꿔도 소용이 없어요. 이번에 여당이 당헌을 바꿔서 부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하는 건 분명히 잘못이에요. 그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제도를 바꾼다고 바꿔놓은 제도대로 하겠어요? 저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개헌을 할 정도의 능력도 없다고 생각해요. 한쪽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서 강행한다면 모를까, 합의가 안 되리라고 봅니다. 제도가 잘못된 영향도 있겠지만 제도를 뜯어고친다고 해서 더 좋은 제도가 나오리라고 생각 안 해요.”

-검찰이 죽은 권력에만 매몰차고, 살아있는 권력과 미래 권력에 부합하는 수사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말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치권이 검찰을 편리하게 쓰다가 당하는 것 아닌가요? 정치권력이 개입해서 사법적인 과정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해요. 권력자들이 공수처를 자기 정치적인 목적에 맞도록 사용하기로 하고, 자기 좋은 사람들을 임명하기로 한다면 공수처라는 기구 하나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기구를 만들었는데 개선이 안 되면 또 다른 기구를 만들 건가요?”

라종일 교수는 노무현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현 국가안보실장)을 지낼 때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라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외교자문단 ‘국민 아그레망’에 참여한 바 있다. 사진은 2003년 12월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는 라종일(오른쪽) 국가안보보좌관과 문재인 민정수석. 국민일보DB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후에 검찰을 동원해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복수를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김영삼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쓴 자금이 284억원이라고 신고했는데 노태우 대통령 회고록을 보면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했어요. 그런 걸 파내서 옛 정적을 곤란하게 할 수 있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포용했어요. 두 분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평생을 적대관계로 살았어요. 제가 김대중 캠프에서 일을 했으니까, 우리한테 진짜 적은 김영삼이었어요. 그런데도 대통령이 된 후에 자기한테 사형선고를 한 전두환을 비롯해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다 같이 부부 동반으로 저녁 대접을 했어요.”

-김대중 대통령의 방식을 일종의 선례로 삼자는 말씀인가요?

“저는 좋은 선례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구요. 제일 좋은 것은 대통령들이 사법처리당할 일을 안 하고 깨끗하게 흠결 없이 임기를 마치는 것이고요. 흠이 있더라도 전직 대통령이 다수의 국민이 선택했던 사람이라는 걸 존중하고 어느 정도 참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국 감옥에 간 대통령들 모두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에요.”

-자칫 불법이 있었어도 묵인하자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두 전임 대통령이 수감될 때 박수친 국민도 많았습니다.

“제가 늘 주장하는 게 정치가 훌륭해서 사회가 잘 되는 게 아니고, 사회가 건전해서 정치가 잘 되는 거라는 겁니다. 지금 같은 구조로는 대통령이 불행하지 않기가 참 힘들어요. 지금 또 두 명이 감옥에 있는데 ‘아, 꼴좋다’, 이렇게 얘기한다면 참 멍청한 짓입니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엄청난 기대를 했다가 ‘앞바다에 (대통령 찍었던) 손가락이 둥둥 뜬다’고 환멸하고 실망하는 게 반복되지 않습니까.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것을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은 ‘매우 매우 특별한(very very unusual) 일이며 민주주의에 그렇게 좋은 일도 아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우리나라처럼 사법처리된 대통령이 많은 건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죠.

“이렇게 계속 이어지는 데는 없죠. 북한 소설 ‘아, 조국’(2004)에 남한을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넣기 좋아하는 나라’라는 구절이 나와요. 미국도 닉슨과 클린턴을 탄핵했지만 그렇게 안했어요. 영국도 수상 그만뒀다고 감옥 가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블레어 전 총리는 엄격하게 따지자면 감옥에 갈 수도 있었어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는 명분이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거였는데 조작된 정보였잖아요. 그런데 참전해서 엄청난 희생을 냈죠. 그것 때문에 청문회를 했는데 총리가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안 나왔어요. 블레어 전 총리는 지금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바이든 얘기를 하셨지만, 미국은 트럼프가 첫 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아마 안 하리라고 봐요. 한번 대통령을 감옥에 넣으면 자꾸 해야 할 거예요. 권력이라는 건 부패할 수밖에 없는데, 그 기준이 되니까.”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뤘던 영화 ‘남산의 부장들’. 쇼박스 제공


-사회가 발전해서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불행의 고리가 끊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민의식이 제고돼야 하죠.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에 대해 절대로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2차 대전 후에 독립한 나라 중에 이만큼 경제는 물론 민주적인 성취를 이룬 나라가 없어요. 그런데도 그런 성취를 이끈 역대 대통령들의 만년은 왜 모두 불우할까요. 대통령께서 이제 5년 동안 수고하고 나면 개인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편안하게 계시면 좋겠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직후 야권에서 ‘통 큰 사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교수님 견해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전직 대통령을 오래 감옥에 가둬두는 건 옳지 않습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법절차가 끝나지 않았고(국정농단과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지난 7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후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바로 사면을 하는 게 현실적일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군요. 이 대통령은 사법절차를 거쳐서 실형 언도를 받았는데 본인이 ‘진실을 가둘 수 없다’고 했으니, 현실적으로 사면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치학자로 평생 정치를 연구하셨는데 ‘정치가 세상을 좋게 만들 거라는 기대를 버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정치 과잉, 정치만능주의 시대이고, 정치인들은 늘 세상을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히지 않습니까?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개혁은 자기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했어요. 대개 정치인들은 권력을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쓰겠다고 하지만 권력을 쥐고 나면 목적이 뒤바뀝니다. 권력을 지키고 연장하는 데 권력이 적용이 돼요. 큰일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정치일수록 더 나쁘지 않나 몰라요. 사회를 개혁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스스로가 개혁이 돼있는지 먼저 자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근본적으로 자신은 안 바뀌고 다른 사람만 바뀌게 하려는 게 문제죠.”


-정부가 다급하게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려고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북 정책을 입안했던 북한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대통령이 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초기에는 특히 그래요. 북한 문제도 전임자들이 잘못해서 그런 거고, 자신은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조금씩 관계를 개선해 갈 수는 있지만 빨리 쉽게 하려고 하니까 더 안 돼요. 종전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평화가 이뤄지나요? 국제관계에서는 의미가 없어요. 월남이 평화협정 맺고 미군이 철수한 다음에 사이공이 함락됐잖아요. 다 알고 있는 얘기인데 현실은 안 보고 의욕만 앞선다면 잘 될 수가 없죠.”

-통일은 환상지(幻像肢) 현상 같은 것이라고, 통일을 목표로 삼으면 안 된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남과 북은 ‘우리’였죠. 그런데 나뉘었으니까 갑자기 손발이 잘려나갔을 때 없어진 손발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같이 느끼는 것처럼,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아니에요. 지금 통일이 되면 남북 간에 축적된 정치적인 능력의 결핍으로 불행하기 쉬워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할 때, 북한이 붕괴하지도 않을 뿐더러 설혹 붕괴한다고 해도 세월호도 잘 관리 못하는 나라가 아주 이질적인 2300만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려 하냐고 그랬어요. 지금 남한에서도 이렇게 함께 살기 힘들잖아요?”

-일본 대사를 지내셨으니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박지원 국정원장이 스가 총리를 만났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일본과의 관계는 언제쯤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요?

“잘못 엉켰어요. 근본적인 잘못은 일본한테 있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가 흐지부지 되면서 일본 여론이 나빠진 상태예요. 그런데 또 그 악화된 여론을 두 나라 정치인들 모두 국내 정치에 이용했죠. 스가 총리나 아베 전 총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여론이 외교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여론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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