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유시민·秋 다 때렸다..대선 제3후보 시동 건 40대 박용진
40대인 박용진(71년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낙연(민주당 대표)·이재명(경기지사)의 양강(兩强) 구도를 흔들 수 있을까. 그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서울시장보다는 정치개혁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대선 직행을 시사했다.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 의원은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말만 세 번 되풀이하면서도 제법 구체적인 고민의 지점을 공개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존 패러다임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기득권이 있다. 그런 기득권을 넘어서서 변화를 끌어가려는 고민을 당연히 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기존 패러다임에 순응해서 끌려가게 된다.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내 볼까 고민하는 거다.”
왜 자신이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이랬다.
“누군가는 정치의 기본 기능을 되살려서 분열에 맞선 통합이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자꾸 진영을 넘어서야 한다. 이런 것을 용기 있게 제시해 볼까 고민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개혁은 선동이 아니라 설득으로 이뤄진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가장 ‘왼쪽’에 있는 박용진이 운동장을 넓게 쓰고 좌우를 넘나들면서 설명·설득하고 끌어가는 게 진짜 개혁의 길이라고 본다. 내 생각을 계속 정리하면서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동의하는 사람을 모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전북 장수 출신의 박 의원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과 한총련 간부를 거쳐 2000년 민주노동당 창립멤버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진보신당 등에서 활동하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배우 문성근씨 등이 참여한 ‘혁신과 통합’ 멤버로 참여하면서 2012년 민주통합당에 합류, 주류 정치계로 무대를 옮겼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국민과 동료 의원, 당원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점검해보고 있다”는 박 의원의 말을 따라 톺아보면 그의 의정생활은 비주류로 요약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그는 2018년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건을 파헤쳐 ‘유치원 3법’ 통과를 주도했고, 민주당이 여당이 된 뒤에도 여전히 ‘삼성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조국 사태’ 때는 같은 당 금태섭·김해영·조응천 의원 등 이른바 ‘조금박해’와 비판 대열에 서면서 소신파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선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결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조국 반대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을 비판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겨냥해선 “예나 지금이나 20대 피의 온도는 똑같다.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태도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등에서도 유효했다.
박 의원은 최근 강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을 설파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국지도자아카데미 강연에선 “국가 지도자는 지지층의 욕을 먹고 반대에 부닥쳐도 소신 있고 정직하게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개혁론을 내년 2월께 책으로 출간한다.
지난달 30일 동아시아연구원 주최 ‘K-민주주의를 말하다’ 토론회에선 “모든 분야가 다 7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 하거나 더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일궈나가고 있다. 정치권도 지금은 이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하고 움직여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곧 설립할 ‘정치연구소’를 청년 정치인 교육·육성을 위한 둥지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가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 의원경제연구모임’엔 민주당 전용기·이소영·이탄희·장경태·천준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2040 초선 의원이 대부분이다.
박 의원의 정책 방향이 정부·여당의 노선보다 좌클릭한 데다, 그가 팀워크보단 개인 퍼포먼스를 선호하는 편이라 당내 우군이 적다는 진단도 있다. 친문 성향의 한 의원은 “당내 일부의 컨센서스를 이뤄 도전하는 거면 몰라도, 혼자서 불쑥 나서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다른 초선 의원은 “변화가 필요한 당에서 용기 있게 나선다면 존재감은 확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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