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꼭꼭 숨은 단풍 명소

한정환 2020. 11.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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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자랑 대회] 단풍과 은행나무의 환상적인 조화, 천도교 최고의 성지 용담정

해외 여행은 언감생심, 국내 여행조차도 꺼려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아까운 계절을 '집콕'으로만 보낼 순 없죠. 가벼운 가방 하나 둘러메고, 그동안 몰랐던 우리 동네의 숨겨진 명소와 '핫플레이스'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전국 방방곡곡 살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큰마음 먹지 않고도 당장 가볼 수 있는, 우리 동네의 보석 같은 장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한정환 기자]

경주에는 늦은 가을에 찾아가면 좋은 숨은 단풍 명소가 한 군데 있다. 경주국립공원 구미산 자락에 있는 용담정이다. 용담정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여기가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가 태어난 곳이며, 천도교의 성지란 걸 알게 되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다. 경주의 단풍열차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경주 용담정과 사각정 용추각 주변 모습
ⓒ 한정환
 
용담정은 동학의 발상지라는 역사적인 사실 외에도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사계절 어느 때 찾아와도 좋은 곳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구미산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하여 따뜻한 느낌까지 있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에도 싱그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가을에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은행, 단풍나무에 매료되어 등산은 뒷전

용담정은 한마디로 가을의 모든 것을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다. 경주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변로를 거쳐 현곡 방향으로 가다 보면 용담로가 나온다.
  
 경주 용담정 입구 은행나무길 모습
ⓒ 한정환
 
용담로에서 용담정길로 들어가는 1.3㎞ 구간 양쪽으로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입구 쪽에는 아직 은행나무가 완전히 노랗게 물들지 않았다. 햇빛을 많이 받은 중간지점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보기 좋게 물든 은행나무 그대로의 모습이다. 대부분 차량으로 이동하지만 여기서부터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며 도보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용담정에 다다르자 오른쪽에 공사 중인 대형 건물이 보인다. 신축 중인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이다. 내년 준공을 목표로 건축 중이다.

넓은 주차장 바로 옆에 구미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구미산은 해발 594m로 산세가 그리 험한 곳은 아니다. 그저 밋밋한 보통의 산이지만 가을 행락철 단풍 하나만큼은 근교산 중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용담정이 있는 구미산(龜尾山)은 '거북의 꼬리'라는 뜻이다. 꼬리 끝에서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천도교와 함께 새로운 것, 새로운 역사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등산하기 쉬우며 정상에 오르면 경주 시가지를 시원스레 내다볼 수 있다.
  
 경주 용담정 정문, 포덕문 주변 모습
ⓒ 한정환
 
멀리 단풍 나들이를 가지 못하는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아직은 은행나무 잎이 일부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노랗게 익어가면 그때가 구미산 단풍의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주차장 입구부터 울긋불긋한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모습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구미산 등산을 목표로 온 등산객들이 입구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등산은 뒷전이다. 자연적으로 용담정 안으로 발길이 옮겨져 1시간을 여기서 보낼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용담정, 최고의 포토존

넓은 주차장 정면에 정문인 포덕문이 보인다. 네 개의 석주를 세우고 사이에 기와지붕을 얹었다. 석주와 외벽이 모두 하얀색이다. 순수하고 깨끗해 보인다. 흰옷을 즐겨 입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을 '백의민족'이라 불렀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포덕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대신사수운최제우상'이 세워져 있다. 조선 후기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내천 교리를 중심으로 한 동학을 창도한 종교 창시자이다. 서학인 천주교와는 달리 동학인 천도교는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인내천 사상으로 백성을 보호한다는 기치를 내세우며 활동을 시작했다.
  
 경주 용담정 올라가는 아름다운 숲길
ⓒ 한정환
  
 경주 용담정 숲길 모습
ⓒ 한정환
 
최제우는 순한문체로 지은 동학의 경전 <동경대전>과 한글로 지은 포교 가사집 <용담유사>를 저술하였다. 용담유사 가사집에 실려있는 용담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도(道)를 깨달은 곳인 경주 구미산 용담의 아름다운 경치와 득도의 내력, 기쁨을 노래한 가사이다.

포덕문을 지나 초입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라가는 길 대부분이 숲길처럼 그늘로 덮여있다. 조금은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구미산 중턱이라 긴팔 옷을 입어 보온을 유지해야 한다. 왼쪽 작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며 운치가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성화문을 만난다. 현판 글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다. 성화문 왼쪽에 천도교와 관련한 홍보책자와 신문이 비치되어 있다. 한 번씩 읽어보면 천도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용담정은 그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1974년 구미산 일대가 경주국립공원으로 편입되면서 성역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경주 용담정 앞 용담교 모습
ⓒ 한정환
 
성화문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밝은 햇살을 받은 용담정이 시야에 들어온다. 용담정 앞에 용담교가 보인다. 여기 앞에 서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용담정 바로 옆 단풍들과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운치를 더 한다.
많은 사람들이 풍경에 매료되어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어디 가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나 싶다. 용담정은 최제우 선생이 동학을 포교하던 곳이다. 안쪽에 영정 사진이 모셔져 있다. 용담정을 시작으로 주변이 전부 최고의 포토존이다.
  
 경주 용담정, 사각정 용추각 옆 계곡 모습
ⓒ 한정환
 
바로 옆 용담계곡은 작지만 아름다운 계곡이다. 다리를 건너면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앞에서 용담정을 바라다보면 또 다른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여름철 계곡물이 많이 흐를 때는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대거 몰려 주변 경관과 함께 폭포수 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곳이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별천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용담정 위에 사각정 건물이 보인다. 올라가는 계단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각정에서 용담정과 용담교 그리고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용담정 최고의 경관을 보여준다. 사각정에는 용추각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용담정에 딸린 별채로 선생의 부친이 쓴 책들이 보관되어 있다. 사각정 조금 위로 올라가 아래로 내려다본 네모난 정자 풍경도 아름답다.
 
 경주 용담정 맨 끝에 자리한 사각정 용추각 사진 포인트 모습
ⓒ 한정환
 
 경주 용담정 약수터 부근 모습
ⓒ 한정환
 
용담정 우측 계곡 계단을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다.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계단 입구에 있으며 한 번쯤 구미산 자락의 시원한 약수 맛을 보는 것도 괜찮다. 사각정 정자 아래 계곡은 가장 아름다운 가을색을 발산하고 있어 카메라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용담정 주차장에서 2km 떨어진 곳에 선생의 생가도 있다. 선생의 젊은 시절 불에 타 소실되었지만 최근에 다시 복원을 한 곳이다.

설악산, 지리산 등 국내 소문난 단풍 명소만 찾던 사람들도 경주 용담정에 오면 '경주에도 이런 멋진 숨은 단풍 명소가 있었나'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곳이 바로 용담정이다.
 


*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산 63-1(용담정)
입장료 및 주차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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