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이 본 개물림 사고 "개 탓 아니라 보호자 책임"

최연수 2020. 11. 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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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띵]강형욱 훈련사 인터뷰

“지금 맹견이라는 품종들, 다 과거엔 명견이었어요. 도시에서 키우지 말아야 할 개들을 사람들의 욕심으로 키우게 되니까 이런 사고들이 당연히 날 수밖에 없거든요.”

지난달 19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보듬컴퍼니에서 강형욱 대표와 개물림 사고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왕준열

동물훈련사 강형욱(35) 씨는 문제견을 훈육할 때면 주머니에 항상 챙기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모나미 펜인데요. 위험견이 물면 그조차 쉽게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준비한다고 해요.

강 훈련사는 “촬영 때마다 저 개가 나를 어디까지 물까 하는 생각을 매번 한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펜으로 위험견 눈을 찌르는 방법 말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매일 6건씩 터지는 개물림 사고
하루 평균 6건, 개물림으로 119에 접수되는 사건이 이렇게 많아요. 소방청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는 최근 6년 동안 연평균 2030건에 달하는데요. 119에 접수되지 않은 사건들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로트와일러 개물림 사망 사건, 해당 가해자 견주는 개를 못키우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고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달 13일엔 충남 당진에서 60대 남성이 목줄이 없는 진돗개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고요. 같은 달 25일엔 경기도 용인에선 진돗개가 강아지(포메라이안)를 물어 숨진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죠. 이 때문에 맹견지정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을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맹견지정종을 확대하면 과연 개물림 사고가 사라질까요? 지난달 19일 동물 훈련사 강형욱 씨를 만나 개물림 사고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개물림 사고는 왜 발생하는 걸까?

지난달 19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보듬컴퍼니에서 강형욱 대표와 개물림 사고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왕준열

Q : 개에게 공격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A : 보호자의 리더십이 부족해서죠. 지나가던 개나 사람이 반려견에게 다가올 때 보호자가 이를 막지 않았을 경우, 개는 더는 보호자를 믿지 못합니다. 산책할 땐 다른 강아지나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는 게 제일 좋아요. 그게 아니라면 내 개나 상대방 개가 점프하거나 안달 나지 않은 상태일 때 만나야 하고요. 그 외에 공격성이 생기는 경우는 반려견이 보호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Q : 위험견이 사람과 개를 공격하는 이유, 서로 다를까?
A : 사람들은 위험견이 다른 동물을 공격할 때, 이 개가 아동에게도 공격성을 나타낼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그렇게 간단하게 볼 문제는 아니에요. 개체에 따라 작은 동물들만을 대상으로 사냥을 즐기는 친구들이 있기도 하고요. 개물림사고는 주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자극으로 일어난 행동이라 명료하게 구분할 순 없어요.

Q : 맹견지정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A : 맹견지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선 동의하지만, 견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선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생각하죠. 미국의 경우 공격적인 개를 개별로 맹견으로 지정해 관리하는데요. 위험하다고 알려진 견종이지만 개체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착하고 순한 핏불테리어도 있어요. 지금은 견종을 지정해 관리하는 게 최선이지만 차후엔 위험한 개체를 선별해 관리하는 게 맞다고 봐요.

Q : 위험견의 안락사에 대한 생각은.
A : 위험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보호자가 개선 의지가 없다면, 예민한 부분이긴 하지만 안락사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독일의 경우엔 맹견을 교도소에서 평생 교화를 시킨다고 하는데 우린 그렇게 못하니까요. 안락사의 기준은 전문가가 마련해야 하겠지만 이젠 받아들여야 할 때죠.

지난달 19일 보듬컴퍼니에서 훈련을 받고있는 개의 모습. 왕준열

Q : 개물림 사고 발생 시, 대처방법이 있을까?

A : 맹견에게 물리면 성인에게도 방법이 없죠. 반려견을 공격했을 경우, 안아 들었다 해도 물어서 끌어내릴 거고요. 좋은 방법은 펜으로 눈을 찌르는 거예요. 저도 개 훈련을 촬영할 때 심하게 물릴까 봐 항상 걱정이거든요. 저 개가 나를 어디까지 물까 하는 생각에 바지 주머니에 모나미 펜을 하나씩 넣어두고 다녀요.


“개와 산책할 때 핸드폰 보지 마세요”
그럼 개물림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교육법이 있을까요?

강 훈련사는 개를 교육하는 것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는 “보호자들의 가장 큰 착각이 기술적인 방법으로 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반려견에게 과도한 자극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겁니다. 강 훈련사는 “밖에 나가 차를 1대만 보고 싶은 개들이 도시에선 차 100대를 넘게 마주치게 된다. 그런 환경에서 반려견이 편안하게 산책하길 바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죠.

강 훈련사는 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산책하러 자주 나가더라도 단순히 ‘횟수 채우기’가 아니어야 하고요. 산책하면서 반려견에게 집중하지 않고 핸드폰을 보는 행위도 개물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삼가야 합니다.

산책할 때 반갑다고 다가오는 다른 개, 귀엽다고 만지려고 하는 행인을 막아야 하는 책임도 보호자의 몫이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물림 사고, 과연 개 탓만 할 수 있을까요?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영상=왕준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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