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까지 대상포진 번졌다, 김경수 재판장 '맘고생 8개월'
6일 김경수(53)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주며 징역 2년을 선고한 함상훈(53)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김 지사 재판 중 대상포진까지 앓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얼굴에 수포가 생길만큼 심각했다.
김 재판장은 법원을 나설 때 동료 판사와 김 지사 재판의 핵심 쟁점인 '닭갈비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이 기자에게 포착된 적도 있다. 그만큼 어렵고 고된 재판이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함상훈 부장이 김 지사 재판으로 상당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은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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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시연회 봤다" 발언 뒤 재판부 합류
함 재판장은 지난 3월 차문호(52)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후임 재판장으로 김 지사의 사건을 맡았다. 전임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가 2월 인사이동 전 "우리 재판부는 잠정적이긴 하지만 김 지사가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보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뒤 들어왔다.
당시 김 지사 측에선 "차문호가 이 사건의 주심인 김민기를 코너로 몰았다"고 반발했다. 김민기(49)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하지만 김 판사 역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본 사실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당시 김 지사의 시연회 참석 사실을 부인했던 변호인단에선 "사형 선고를 받은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선고에서도 함 재판장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본 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고 강조했다.
함 재판장은 3월부터 재판을 맡아 "이 사건 전체를 다시 보겠다"며 9월 3일 결심까지 6개월간 김 지사 재판을 추가 심리했다. 11월 6일 선고를 했으니 재판부가 최종 합의를 하고 판결문을 쓰는 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김 지사 사건의 항소심은 1년 8개월만에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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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증거는 피고인에 불리" 김경수에게 직접 물은 함상훈
김 지사의 전임 재판부는 선고를 두 차례나 연기하며 변론을 재개했었다. 함 재판장은 재판 중 김 지사와 김 지사 변호인의 대답에 의문을 표하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전임 재판장보다 적극적이었다.
결심 공판 때는 김 지사에겐 직접 "사람의 말이 다 허공에 흩어지지만 시대가 많이 변해 디지털 증거가 남는다"며 "디지털 자료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이 꽤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드루킹 특검에 파견 수사를 했던 한 관계자는 "함 재판장이 기록을 꼼꼼히 보고 말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함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같은 반 출신인 검찰 출신 변호사도 "함 부장은 판결을 할 때 여론의 눈치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지사 측에선 "유죄 심증을 한번 가지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판사"란 비판적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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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이력 없어, 특정 연구회 활동도 안 한 듯
함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사판례연구회 등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법원 내 학회 활동을 한 이력은 없다.
김 지사와 동갑내기로 서울대 법대 85학번인 함 부장판사는 해군 법무관을 거쳐 1995년 판사로 임용됐다. 2004년 헌법재판소 파견을 제외하면 일선 법원에서 재판만 했다.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은 없다. 2015년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함 부장판사는 2017년 '도봉구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을 맡아 가해자들에게 1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 주목을 받았다. 함 부장판사는 당시 법정에서 "재판을 하며 분노가 치밀어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생각했다"며 피고인들을 질타했다. 함 부장판사는 이날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조직적인 댓글 부대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김 지사에게 징역2년을 선고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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