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고향' 오마하의 트럼프 배신.."바이든에겐 '신의 한표'"
남은 주 가운데 네바다만 이기면 270명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선거인단은 270명. 하지만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텃밭인 주(州)들을 제외하면 결국 승부를 가릴 선거인단은 몇몇 경합주를 포함한 수십 명으로 좁혀진다.
선거가 끝난 지 만 하루가 지나도록 명확한 승자가 나오지 않는 초유의 이번 대선에서 어쩌면 단 한 표가 승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지역은 네브래스카주의 제2선거구다. 선거인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선 50개 주 대부분이 승자독식 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는 예외다. 네브래스카는 배정된 선거인단 5명 중 2명은 주 전체 최다 득표자에게, 나머지 3명은 3개 선거구의 최다 득표자에게 각각 배정한다.
네브래스카주는 제 1·2·3 선거구로 나뉘는데, 그중 민주당 강성 지지자인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태어나고 자란 오마하는 2선거구다. 버핏을 일컫는 별칭인 '오마하의 현인'의 그 오마하다.
5일 오후 7시(한국시간) 현재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각각 214명과 264명(애리조나주 11명 포함)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남은 주 펜실베이니아(20)·조지아(16)·노스캐롤라이나(15)·네바다(6)·알래스카(3) 중에선 현재 네바다주를 제외한 4개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는 2016년 대선 결과와도 같다.
물론 개표 상황에 따라 역전될 수 있지만, 만약 이대로 선거인단이 정해진다면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 270명으로, 268명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 2명 차로 신승을 거두게 된다. 네브래스카의 이 한 명이 없었다면 269대 269로 동률이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빼앗은 네브래스카 2선거구 단 한 명이 승부를 결정짓는 '신의 한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이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승리한 곳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 뼈아픈 패배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 2선거구 선거인단 1명이 바이든 후보에게 갔다”며 “이 1명이 바이든 후보의 270명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한 명의 위력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단 한 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해 위스콘신주에서 비행기로 500km를 날아가 오마하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회심의 선거 유세였지만, 결국 수성에 실패했다.
네브래스카는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의 텃밭이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 네브래스카는 1964년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08년을 제외하곤 한 번도 민주당에 선거인단을 허락하지 않았다. 당시도 2선거구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2선거구에서 ‘공화당의 배신’이 나온 이유는 약 48만 명의 인구가 사는 오마하 때문이다. 네브래스카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득표한 36만 2000여표(개표율 98%) 중 14만 1000여표가 오마하에서 나왔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민주당 지지자 결집에 불을 지폈다. NYT에 따르면 지난 6월 오마하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남성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고, 이후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기도 했다.
NYT는 여기에 “네브래스카주의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오마하도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보았다”며 “이것이 오마하에서 상당수 교외 여성 유권자들이 바이든 후보를 뽑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반기문·박진·조태용…야당 '바이든 인맥' 다 모인다
- 수출입국 상징과 바다오염 대명사 마산만 50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
- 미시간 '개표중단' 소송 1심 기각···초반부터 꼬이는 트럼프
- "朴도 팬덤 의지하다 몰락"···文팬덤 때린 '열혈 노사모' 서민
- 이성윤이 10개월 미적댄 원전수사, 尹의 남자 이두봉 나섰다
- 홍진영, 석사논문 표절률 74% 의혹…"당시 통과 문제없었다"
- ‘빌어먹을’ 욕 서슴지 않는 ‘솔직 외교’…김정은 피곤해진다
- "호텔 현수막 달다 6m 추락한 동생 뇌사" 의사 형 눈물의 청원
- 바이든, 캐럴라인 케네디에 "한국인, 우리와 많이 닮았다"
- "주한미군 만으로 트럼프보다 낫다"…바이든에 갈리는 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