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에 잠도 못 자" 현대중 도장작업 노동자들 고통 호소

박석철 2020. 11. 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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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도료 작업 23명 피부질환, 대책위 "역학조사 필요".. 현대중 "개선 제품 사용 예정"

[박석철 기자]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3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도장작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 규모의 조선사인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도장작업(페인트칠)을 하던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도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노조와 건강권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노동자 17명, 해양도장 노동자 6명 등 모두 23명이 피부에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기는 피부발진 현상이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처음에 도장작업 때문에 피부발진이 발생하는 줄 모르고 있다가 몇몇 작업자가 가려움증을 호소하자 현대중공업노조 현장 대의원과 집행부에서 조사한 결과 집단 피부질환임이 알려졌다.

문제는 이 도료가 친환경 도료로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료라는 점이다. 

대책위는 "이 무용제 도료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사업장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므로 엄중히 대처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친환경 무용제 도료 개발해 사용하지만..."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노동자 17명, 해양도장 노동자6명의 피부에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기는 피부발진 현상이 발생했다.
ⓒ 현대중공업노조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이주민센터)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3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 무용제 도료 사용중단을 즉각 명령하고 즉각적인 역학조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역학조사를 통해 인체 유해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선박 도장시설에도 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대신 (현대중공업 인근에 있는) KCC와 공동으로 휘발성이 없는 친환경 무용제 도료를 개발하여 지난 4월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존 도료는 시너 등의 유기용제를 경화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대기를 오염시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 무용제 도료는 도료 자체에 화학 반응으로 경화시키는 방식이어서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며 "그런데 대기환경 측면에서는 친환경일지 몰라도 이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현대중공업 회사는 올해 4월부터 신규 물질을 사용하면서 사전에 노동자들의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사전유해위험성 평가를 포함한 어떠한 안전보건 조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용하다가 피부발진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현대중공업 지부)에서 지난 9월초 도장부 원하청 노동자를 조사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밝혀내고 무용제도료 사용중단과 전문기관에 유해성 검사의뢰, 피부발진 원인조사 등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회사는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임시건강진단을 요청해 무용제 도료 취급자 333명 모두에게 병원진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제 도료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책위는 "무용제 도료 계속 사용 때문에 최근에는 직접 취급자가 아닌 작업자도 추가 발진이 확인되었고, 한 조합원은 피부발진으로 인한 가려움증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치료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무용제 도료를 공동개발한 현대중공업과 KCC는 영업기밀이라면서 숨기고 있는 화학물질 자료를 제공하여 원인 규명과 대책마련에 적극 협력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무용제 도료는 휘발성 화합물을 사용하는 대신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도료를 경화시키는 작용을 대신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페인트 분진은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페인트 분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회사 측은 "올해 도입한 친환경 무용제 도료를 취급한 도장 작업자 중 일부가 피부 발진 증상을 보여 취급자 전원에 대해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추가 개인보호구도 지급하고 있다"며 "발진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제조사와 함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재발을 방지하고, 11월 초부터는 개선된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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