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첫 상견례' 삼성전자 경영진, 노조에 깍듯 인사

김영민 2020. 11. 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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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재(사진 왼쪽) 금속노련 위원장과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부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열린 상견례 및 1차 본교섭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처음으로 정식 상견례를 했다. 경영진과 근로자 간의 약속인 '단체협약'(단협) 교섭을 겸한 자리다. 노사 간 단협이 실제로 체결될 경우, 1969년 삼성전자가 창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노사 관계에 있어 실정법 준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사측 대표, 금속노련 위원장에게 깍듯이 인사
삼성전자 노사의 상견례 겸 1차 본교섭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상견례를 위해 참석한 나기홍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김만재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의 상급 단체로 SK하이닉스 생산직 노조까지 하부 조직으로 둔 산별 노조다.

회사와 단체교섭에 나선 삼성전자 노조는 총 4개 노조의 연합체 성격을 띤다. 반도체 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주축이 된 삼성전자 4노조, 상급 단체가 없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1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2노조)·삼성전자노조(3노조)가 참여했다. 이번 단체교섭에는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한국노총 산하 4노조에서 7명, 나머지 노조에서 각 한 명씩 총 10명이 공동교섭단 형태로 참석했다.

나기홍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오른쪽 둘째)이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상견례 및 첫 단체교섭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과반 조합원을 둔 노조가 없을 때는 복수 노조가 공동교섭단을 조직해 회사와 대표 교섭을 할 수 있다. 회사가 특정 노조를 배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이다. 양측은 지난달 두 차례 사전 협의를 통해 본교섭에 앞서 의견을 교환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과거의 무노조와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나기홍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는 동반자로서 사측도 이번 본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와 향후 실무 교섭 총괄은 최완우 반도체부문(DS부문) 인사기획그룹장(전무)이 맡기로 했다.


삼성전자 노사, 사무실 제공 등 기본합의서 서명
한 시간가량 진행된 1차 교섭에서 삼성전자 노사 양측은 기본 합의서에 서명했다. 주 1회 실무교섭, 월 4회 교섭 등에 합의했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실무협의를 통해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회사는 단협에 참여하는 시간 등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단협 체결 이전에도 노조에 임시 사무실을 제공하기로 했다. 노조는 단체교섭안을 이번 주 내로 경영진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교섭을 마친 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사측도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많이 줬다" 며 "노사 양측의 큰 의견 다툼 없이 잘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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