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가 아프다는 아이..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김종성 기자]
"저는 좀 아파요. (오은영) 선생님 만나서 치료하고 싶어요.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자신을 오은영 박사의 팬이라고 밝힌 5살 금쪽이는 도움을 요청했다. 어딘가가 아프다며 오은영을 만나서 치료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의 제보가 아니라 금쪽이의 요청으로 방송이 진행된 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가 방송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래에 비해 자기표현이 뚜렷한 금쪽이는 도대체 어디가 아프길래 오은영에게 도와달라고 애원까지 하는 걸까.
엄마는 금쪽이가 엉덩이가 아프다고 했다. 정확히는 항문, 금쪽이의 표현으로는 '똥꼬'였다. 금쪽이는 팬티를 입지 않으려 했는데, 입게 되면 엄마의 손이 금쪽이의 엉덩이를 감싸서 밀착되어야 했다. 팬티와 엉덩이가 닿는 걸 견디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외출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외출 할 일이 적었지만, 불가피하게 나갈 땐 부모가 번갈아가며 안고 있어야 했다.
혹시 촉각이 예민한 걸까. 그렇다면 변기는 어떨까. 다행히 변기에는 잘 앉는다고 했다. 볼일도 문제없이 잘 보고 있었다. 10회에 출연했던 금쪽이와는 다른 케이스였다. 한편, 금쪽이는 집안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놀았는데, 그 모습만 봐서는 엉덩이가 아픈 아이 같지 않아 보였다. 노는 데 정신이 팔려서 아프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걸까. 좀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했다.
▲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엄마, 나 똥꼬 아파."
문제는 외출 준비를 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금쪽이는 자신의 몸보다 두 치수가 큰 팬티를 입고 있었다. 반바지라고 해도 무방한 사이즈였다. 그런데 갑자기 금쪽이가 똥꼬가 아프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딱히 불편해 보이는 곳도 없었는데, 금쪽이는 안절부절못하며 힘들어 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엄마는 당황스러워했다. 그때부터 엄마와 금쪽이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엄마는 금쪽이의 관심을 사탕으로 돌리려 했지만, 금쪽이는 사탕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러자 엄마는 짜증 섞인 말투로 사탕을 내놓으라고 얘기했고, 금쪽이도 지지 않고 사탕을 던지겠다고 대답했다. 오은영의 눈이 번뜩이는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엄마의 품에 안겨 문 밖으로 나오게 됐지만, 이번에는 차에 타는 문제가 남았다. 금쪽이는 카시트에 앉는 걸 거부했다. 아예 오열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금쪽이는 불편함을 넘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였다. 오은영은 아이가 엉덩이가 아프다고 할 때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두 가지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변비'였다. 그러나 금쪽이는 배변활동이 원활한 편이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촉각이 예민한 경우였다. 금쪽이는 상의에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하의, 특히 팬티만 불편해 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오은영은 제3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건 다른 곳이 불편한데 엉덩이가 아프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항문외과를 찾아 검사를 했지만, 금쪽이의 엉덩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이상이 없으니 더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렇다면 혹시 '꾀병'은 아닐까. 엄마도 초반에는 그런 의심을 했었다고 했다. 과연 금쪽이가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금쪽이가 이모, 이모부와 함께 있는 장면은 문제해결을 위한 결정적 단서가 됐다. 금쪽이가 팬티를 입은 상태에서도 카시트에 앉았던 것이다. 엄마와 함께 있을 때와 달리 별다른 트러블도 없었다. 이모의 단호한 말을 금쪽이는 고분고분 따랐다. 도대체 무엇이 달랐던 걸까. 엄마 아빠와 MC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이미 원인을 눈치채고 있던 오은영이 등판할 차례였다.
금쪽이는 언어능력도 발달돼 있고, 에너지와 호기심도 왕성한 활동적이었다. 또, 자기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자기 것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금쪽이는 왜 이렇게 자기주도적이 됐을까. 그건 지나치게 통제적인 아이였기 때문이다. 통제성이 지나친 사람들은 외부의 통제나 제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데, 상대가 무언가를 제안하거나 금지하면 불편을 느끼게 된다.
오은영은 지나치게 통제적인 아이를 다루는 방법은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은 화끈하게 들어주고, 안 되는 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쪽이의 엄마도 굉장히 통제적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엄마의 통제가 금쪽이를 불편하게 하고 있었다. 통제와 통제가 부딪치는 관계였다. 또, 엄마는 외부 자극에 예민한 편이고, (말도 많은 편인데다) 잔소리가 많았다.
훈육을 할 때도 항상 처음의 주제와는 다른 이야기로 끝맺음이 됐는데, 금쪽이의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함께일 때 불안하기도 할 터였다. 마음이 불편해진 순간에 다시 통제력을 찾으려 하기 마련인데,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잘 통했던 게 바로 '똥꼬가 아프다'는 호소였다. 이모나 이모부와 있을 땐 필요하지 않은 생종법이었다.
"엄마 아빠는 (내 마음을)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엄마 아빠는 절 외롭게 해요. 내가 아프다고 해야 놀아줘요."
아무도 몰랐던 금쪽이의 속마음은 엄마 아빠를 충격에 빠뜨렸다. 많은 애정을 쏟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았다. 그런 만큼 금쪽이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오은영은 엄마를 위한 금쪽 처방을 내렸다. 바로 '미니멀리즘 육아'였다. 작은 일은 작게, 소소한 일은 소소하게 대하는 법을 익히라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는 금쪽이와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말을 그만하라는 것이었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말을 멈추고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가르쳐야 할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런 후에 25 음절 미만, 6~7 단어로만 아이와 소통하라고 덧붙였다. (단호박 대화법, 2회 방송 참조)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 엄마에게는 다소 힘든 일이었지만, 금쪽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구구절절 늘어놓는 잔소리보다 명쾌하고 단호한 지시가 아이을 훨씬 편안하게 했다.
두 번째 금쪽처방은 마음의 대화를 나누라는 것이었다. 피상적인 형태의 호응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주제로, 마음을 연결하는 대화를 하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금쪽이는 아프지 않은 게 아니었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생활하지만, 마음이 불편해지면 특정 부위의 감각이 예민해졌던 것이다. 실제로 통증을 느끼기에 꾀병과는 달랐다. 금쪽이의 마음을 챙겨야 하는 이유였다.
엄마는 부단히 애썼다. 평소의 습관을 버리고 짧은 말로 소통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말수는 줄이고 몸으로 놀아주는 게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오은영은 그런 엄마의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필요한 통제도 줄었고, 금쪽이가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금쪽이는 팬티도 입을 수 있게 됐고, 외출할 때 카시트에도 앉을 수 있게 됐다.
금쪽이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물론 원인을 짚어낸 오은영의 예리한 분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엄마(와 아빠)의 변화가 없었다면 금쪽이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모든 게 한없는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마음의 불편함이 사라진 금쪽이는 더 이상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 것이다. 금쪽이네 가정이 앞으로 행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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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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