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면 왜 기피하나" 文, 청문회 제도 개선 지시..국민 알 권리는?
시민들 "신상털기식 청문회 안 돼 "vs" 입맛대로 국정 운영"
국민의힘 "난데없는 요청 황당.."
진중권 "썩지 않은 사람 찾기 여의치 않은 모양" 비판도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상털이식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역설한 가운데 도덕성 검증을 불가하게 한다는 비판이 있다. 과도한 신상털이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날(28일)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 진행한 비공개 환담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환담에서 기존의 신상털이식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서 좋은 분들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인재 등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로 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고치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며 인사청문회 풍토 개선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의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 발의한 홍영표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했으며 국회 파행, 공직 기피, 정치불신 조장 등 부작용도 크다. 인사청문회 정상화는 최우선적인 정치개혁 과제이자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며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사실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상털기식 청문회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며 찬성 의견을 보이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떳떳하다면 청문회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인사청문회를 보면 후보자가 해당 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보다 무차별적 인신공격, 신상털기로 과열되곤 한다"며 "진영논리에 따라 후보자를 깎아내리려고만 하는 청문회 방식은 없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2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선출직이 아닌 대통령 권한으로 임명하는 장관 등 고위직 인사에 대해서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가와 관련된 중대한 업무를 하는 자리인 만큼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고, 문제가 있다면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어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에게 유리한 사람을 앉혀 입맛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리고 사실 정부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국회와 여론의 반대에도 여러 번 임명을 강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으로 장관급 인사를 임명해 왔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도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23명으로, 박근혜 정부(10명)나 이명박 정부(17명) 때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야당의 동의 없이도 일방적 임명을 강행해 청문회가 무용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비공개 청문회를 제안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미채택 의견을 무시해오던 대통령의 난데없는 요청에 황당할 따름"이라며 "청와대·정부의 남 탓이 늘상 있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인사청문회)법 탓까지 하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인사청문회 때문에 인재를 모시지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6월 페이스북에 "국민이 멀쩡히 다 지켜봐도 막무가내로 임명하는 판에, 굳이 숨기거나 감출 필요 있나. 조국, 윤미향 얼굴에 철판 깔고 임명하지 않았나"라며 "(정부가) 썩지 않은 사람 찾기가 여의치 않은 모양"이라고 문 대통령의 인사 임명 강행을 비판한 바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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