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오콘조이웰라 추대"..사실상 유명희에 자진사퇴 권고
BBC "나이지리아, 164개국 중 104개국 지지 받아"
정부 "사퇴 없다"에도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관측
문 대통령 "낙관, 비관 않고 끝까지 최선 다할 것"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결선 라운드 164개국 회원국 투표(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장 선출 과정을 주관하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 밤 유 본부장에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선호도 조사에서 득표를 많이 해 응고지 후보를 추대하기로 했다"고 공식 통보했다.
WTO 일반이사회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새 사무총장에 추대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유 본부장에 대한 자진 사퇴 권고 성격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핵심 이사국들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WTO를 이끌 차기 수장으로 제안했다"며 "WTO 25년 역사상 첫 여성 및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BBC 방송도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아프리카연합(AU) 41개국,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해 과반(83개국)을 훨씬 넘는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고위 소식통은 이와 관련,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과반을 득표할 것은 예상했지만,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며 "상황이 비관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강대국 간 물밑 협의에 따라 회원국 지지가 바뀌어 1차 투표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EU도 유 본부장으로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거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유 본부장의 자진 사퇴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회원국 전체 컨센서스를 이루는 시한인 11월 7일까지 막판 뒤집기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친중 성향의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미·중 간 막판 교통정리로 유 본부장이 당선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25일 재외공관에 "주재국 정부의 유명희 본부장 지지 여부를 파악해 유 본부장 지지를 권유하라"는 전문을 보낸 것도 거부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2021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들과 만나 "정부는 지금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4 대 60이란 압도적 표차가 난 상황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아 유 본부장이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 본부장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정권이 교체된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결국 WTO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바뀌는 미국 대외정책 기조를 보고 난 뒤 사무총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기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유 본부장에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효식, 세종=김남준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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