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돼야 자리 나온다"..골칫덩어리 월미열차의 반전
“왼쪽의 원통형 대형건물은 곡물 저장고인 사일로입니다. 사일로 외벽 벽화는 세계에서 가장 커 기네스 기록에도 등재됐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월미바다열차 안.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둔 채 앉아있던 승객 16명이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듣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모와 함께 열차에 오른 한 아이는 모노레일에 신기해하다 어른들을 따라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조모(41)씨는 “아이가 기차를 좋아해서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왔다”며 “온 김에 월미도랑 동화마을 등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운행을 재개한 월미바다열차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월미바다열차는 월미도 외곽 6.1㎞ 구간을 일주하는 국내 최장 모노레일이다. 평균 9㎞의 속도로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42분 걸린다. 열차 궤도가 지상 7~18m 높이에 있어 인천 내항과 인천 앞바다뿐 아니라 멀리 인천대교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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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달라진 열차 운행
지난해 10월 개통한 월미바다열차는 개통 이틀 뒤 2차례 운행을 멈추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또 이용객이 적어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고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주말에 하루 1400명 이상이 찾았고 긴 줄에 탑승을 포기하는 사람도 생겼다.
월미바다열차는 지난 2월 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멈춰섰다. 5월 운행 재개를 논의했으나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으로 다시 연기됐다. 8월 가까스로 운행을 재개했으나 광화문 도심 집회 발 확산으로 1주일 만에 중단됐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로 접어들면서 월미바다열차는 다시 선로에 올랐다.
인천교통공사는 운행을 재개하긴 했지만, 방역 수칙에 따라 본래 46명이던 열차 탑승 인원을 17명으로 줄여 제한적인 운행에 나서고 있다. 티켓 판매도 온라인 예매 비중을 대폭 늘렸다. 매표소에 사람이 밀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열차 운행 시 방송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면 내려달라’는 안내도 계속 내보낸다.
온라인 예매를 확대하자 고령층은 티켓 구매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월미도를 찾은 김영옥(69·여)씨는 “그냥 탈 수 있을 줄 알고 오전 10시 30분에 왔는데 오후 6시나 돼야 자리가 나온다고 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며 “인터넷이랑 안 친한 노인들은 어떻게 하나”라며 아쉬워했다. 서울 양재동에서 온 김철준(74)씨 부부는 “아침 일찍 온 덕분에 30분만 기다려 탈 수 있었다”며 “더 늦게 왔으면 사람들이 더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이날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380여석을 온라인으로 판매했고 나머지 120석 정도를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장성준 월미운영사업소장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서 인원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며 “확산세가 완화하면 승차 가능 인원을 늘리고 고령층을 위해 현장 예매 비중을 높이는 등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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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상권 활기 기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주변 상인들은 열차 운행 재개를 반기고 있다. 월미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에도 손님이 뜸해 걱정이었는데 열차가 다니면 손님이 조금은 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개구이집을 운영하는 장관훈(47)씨도 “단체관광이 취소되면서 예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봄보다는 나은 상황”이라며 “운행 재개로 매출이 갑자기 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동네가 전체적으로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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