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차이 한베커플 첫 만남"..러브스토리인줄 알았는데 반전
'실제 맞선 장면, 47살과 20살.'
최근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제결혼 광고 영상 제목이다. 전문 업체나 브로커를 통해 이뤄지던 국제결혼이 최근엔 유튜브를 통해서도 활발하다. 만남 수요를 위한 접근성은 나아졌지만, 정보 왜곡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에서 특정 국가명과 국제결혼 키워드를 함께 넣어 검색하면 '국제결혼 노하우' '국제커플 일상 이야기' 등 영상이 쏟아진다. 예를 들어 한 결혼 중개업체에서 올린 '오빠와 첫 만남'이란 제목의 영상은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을 처음 만나러 온 며칠간의 일정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은 조회 수 59만회를 기록했다. '베트남 국제결혼 커플 맞선 영상 본인동의'란 제목의 영상에선 처음 만난 남녀가 통역사를 통해 맞선을 진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영상은 여성 모습만 비추거나, 남녀가 함께 나올 땐 남성만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등 한국 남성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청 층은 주로 국제결혼에 관심 있는 남성이다. 그동안 국제결혼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선 업체에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 유튜브에 관련 광고가 늘면서 정보 접근성은 높아졌다. 유튜브 구독자가 1만여명에 달하는 A 중개업체는 "예전에는 정보가 부족해 국제결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다른 커플의 만남 과정, 실제 결혼생활까지 엿볼 수 있어 동기부여도 되고 만족도가 높다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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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종종 '인권침해' 지적을 받는 국제결혼을 미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와 콘텐트, 중개업자와 제작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다. 여성가족부가 중개업 광고를 규제하면서 노골적인 광고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자 여성 프로필을 직접 드러내는 광고에서 언뜻 보면 광고인지 아닌지 모호한 내러티브 광고로 바뀌는 추세다. 몇몇 업체는 영상 하단에 업체 전화번호와 카카오톡 아이디를 적어두고 '별도로 연락하면 신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안내를 하기도 한다.
신민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몇 년 전만 해도 이주여성의 사진·나이·신체사이즈 등 개인정보를 단순 제시하는 전시형 광고가 많았다. 최근 결혼중개업법이 바뀌고 여성가족부가 점검에 나서자 규제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광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는 '브이로그형' 광고에서는 '운명적 사랑' 행복한 연애' 같은 수식어를 붙여 아름다운 장면만 과장해 전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활동가는 "광고에 나온 커플이 실제 결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5일 정도다. 중개업체가 연결부터 성혼, 신혼여행까지 관리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런 특징은 교묘히 가린 경우도 있다"며 "모두가 국제결혼만 하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연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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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불균형·남성 중심 광고"
영상 광고가 남성 중심적이고, 남성에게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최근 결혼 이주여성 12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한국 남성은 이전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결혼 관련 정보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이주여성은 그렇지 못했다. 인터뷰에서 한 이주여성은 "남성의 신체 사이즈 같은 정보는 (여성과 달리) 안 주지 않느냐. 광고에선 남성이 원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여성이 원하는 것을 알려주는 경우는 잘 없다"고 말했다.
광고가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이주여성들은 "가슴·엉덩이 크기나 남자친구와 성관계 여부까지 드러내는 경우도 있어 베트남 여성을 가볍게 생각할 것 같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광고가) 남성이 국제결혼 과정에서 '선택권'을 가진다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여성의 고유성, 개별의지, 이주 감행에 따른 손실, 언어 습득과 적응의 고통 등은 존재하지 않는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한다"고 꼬집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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