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들어간 유동성 장세..'V자' 경기반등 이후를 고민해야
추세 이어가려면 정부 지원책 유지돼야..소득 보전 등 조치 필수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어졌던 금융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숨고르기에 진입했다.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각국 예산안이 구체화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통화정책이 제시되기 전까지 유동성 장세가 주춤하는 한편 금융시장 참여자의 관심 밖이었던 경기 흐름이 자산가격에 민감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신한금융투자는 향후 경기 흐름이 자산가격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속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는 5월을 기점으로 '브이(V)'자형 반등을 보였다. 신흥국 경기서프라이즈지수는 중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먼저 회복하면서 지난 3월 중순부터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 6월 말까지 빠른 개선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경기에 대한 기대치도 빠르게 상향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발간한 중간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5% 역성장으로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인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보다 1.5%포인트(P) 상향 조정한 것이다. 올해 1분기, 2분기는 각각 전 분기 대비 3.0%, 9.7%씩 역성장했으나 3분기, 4분기 중 6.0%, 2.8%씩 성장해 상반기 부진을 일부 만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5.2% 성장에서 5.0%로 0.2%P 하향 조정됐으나 절대적인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는 기존보다 빠른 회복이 전망됐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GDP 수준 회복까지 걸릴 예상 기간도 짧아졌다. 기존에는 내년까지 힘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중간 세계전망에서는 적어도 내년 하반기 중에는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회복 원동력은 정부의 공격적 부양책
선진국 가계는 코로나19 충격에도 구매력이 크게 줄지 않았다. 구매력을 의미하는 가처분소득은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돼 고용소득이 줄었음에도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가처분소득은 지난 4월 중 전년동기대비 17.0% 늘며 증가세가 확대돼 지난 7월까지 10% 내외 증가세를 이어갔다. 유로존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그 배경이 정부의 기본소득지급 및 실업급여, 세금 인하 등이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임금 및 근로소득은 지난 4월 중 전년동월대비 7.0% 줄며 지난 7월까지 감소세를 이어갔다. 생산활동 없이 정부나 가족 등이 보조하는 소득을 의미하는 이전소득은 지난 4월 중 112% 급증한 이후 7월까지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사했다. 올해 상반기 가구 가처분소득은 전년동기대비 5.8% 늘었다. 근로소득은 1.7% 줄었으나 재난지원금, 실업급여 등이 지급되면서 이전소득이 39.0%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소득과 관계없이 전국민에게 지원하면서 4분위와 5분위 등 고소득 가구 역시 이전소득이 함께 증가했다.
고용충격도 회복중…시장 구조도 변화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고용 충격도 예상보다 제한됐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폐쇄 및 이동 제한 조치를 펼쳐 조사실업률이 연초 6%를 상회했다. 이후 이 같은 조치들이 해제되면서 5% 중반까지 내려왔다. 유로존과 일본은 코로나 충격에도 실업률이 각각 7%대, 2%대를 유지했다. 반면 미국은 3% 중반에서 머물던 실업률이 코로나 직후 14.7%까지 치솟았다. 정책당국이 코로나19 구제법안(CAREs)을 통과시키며 실업급여를 7월 말까지 주당 600달러 추가 지급하자 해고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고용유지 및 임금보호 등을 조건으로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에게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고용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차원의 대응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재택 근무가 확대되면서 대면 활동 위축에 따른 고용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온라인 고용지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5월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소프트웨어개발, 판매및마케팅, 전문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늘었다. 이후 5월부터 '락다운' 조치가 단계적으로 완화되자 임시 해고자가 근무지에 복귀하면서 실업률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임시 해고자의 실업률 기여도는 4월 11.5%P에서 8월 3.8%P로 낮아졌다.
경기 회복 위해선 정부의 소득 보전 조치 계속돼야
신한금투는 추세적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소득 보전 조치 연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위기때마다 실업률은 시차를 두고 후행적으로 상승한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실업자 발생의 악영향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고용 지원 정책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하 연구원은 "상반기 코로나 피해에 대응해 공격적인 정책 집행에 나서 재원이 소진됐기 때문에 하반기 주요국 재정적자는 상반기보다 축소가 예상된다"며 "정부의 지원이 사라질 경우 가계 소득 소진과 함께 소비 축소가 재차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경기 연착륙을 위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득 보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와 생산,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 형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선제적인 경기 회복을 이어가는 중국을 보면 선순환 고리 형성의 바탕에는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가 있다"며 "추가 재정 부양책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제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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