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값 22만8000원의 덫..인천공항 사장 첫 불명예 퇴진
#. 지난해 10월 2일 국회 교통위원회 국정감사의 여야 간사단은 태풍 ‘미탁’의 북상으로 여야 간사단이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장에게 현장 대응을 주문하며 이례적으로 조기 이석 시켰다. 이에따라 구 사장은 오후 3시 30분쯤 세종시 국감장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 9시 25분쯤 경기도 안양 인덕원 근처의 숯불구이 식당에서 구 사장의 법인카드로 22만 8000원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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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사 사장, 사상 첫 불명예 퇴진
이 22만 8000원이 결국 구 사장의 발목을 잡았다. 구 사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창립 이후 선거 출마 등을 제외한 첫 불명예 퇴진 사례로 기록됐다.
정부가 구 사장 해임을 결정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고용 추진으로 인한 ‘인국공 사태’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사실상 구 사장의 해임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과정에서 촉발한 국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꼬리 자르기란 해석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정일영 전 사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시절부터 추진해 온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매듭짓기 위해 지난 6월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직고용하는 형태로 정규직화를 밀어붙이면서 인국공 사태가 불거졌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아닌 직고용 방침을 세우면서 기존 정규직 직원과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특히 소방대원 등 230여명 가운데 47명이 경쟁 채용 절차를 거치면서 탈락해 해고되자, 노조도 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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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고용 관련 일정은 늦춰질 가능성
구 사장이 바뀌어도 보안검색 요원의 직고용 정규직화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공사 측은 향후 채용절차 컨설팅 TF 자문- 채용대행업체 선정-채용공고-서류전형-적격심사 및 필기 전형-면접-임용 순으로 내년 초까지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규직ㆍ비정규직 직원이 모두 반발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노조와 공사,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는 컨설팅 TF엔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와 일부 보안검색 노조 등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TF에 참가하면 이를 명분으로 직고용 추진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서”라고 말했다.
구 사장의 중도 하차로 이 같은 일정 자체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사 관계자는 “신임 사장 선임에만 최소 3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기존 경영진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인국공 사태 관련 사안을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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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산적한 인국공…업무 공백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인천공항공사의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장 공석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후임 사장 선임 때까지 부사장 대행체제로 운영이 되지만 실질적인 주요 의사결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는 인국공 사태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대응책 마련 ▶면세점 후속 사업자 선정 ▶스카이72 골프장 사업자 선정 등의 현안이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실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기 운항과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인천공항공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778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 3674억원)보다 43.0%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항공기 운항은 9만 4000회로 지난해 상반기(20만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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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2023년 돼야 흑자 전환"
같은 기간 공항 이용객은 3554만명에서 1077만명으로 70%가량이나 줄었다. 공사는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영향이 지속하면서 올해 4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내년에도 여객 수요가 2000만명 수준에 그쳐 5879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2022년에도 16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2023년에야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및 항공 수요 급감으로 임대수입이 대폭 감소하면서 공항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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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거위에서 '미오새' 된 면세점
특히 인천공항의 최대 수입원 중 하나였던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지난 22일 입찰 마감한 제1 여객터미널(T1) 제4기 면세점 재입찰에서 면세점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모든 사업권이 유찰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대상 사업권이 전부 유찰된 건 처음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와 인국공이 임대료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임대료가 일부 감면됐지만, 하늘길이 막히면서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며 “3차 입찰에서도 난항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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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다툼 예고된 스카이72
한편 공사가 추진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퍼블릭 골프 단지인 ‘스카이72 골프장’에 대한 신규 사업자 입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기존 사업자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입찰 중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다만 스카이72 측이 항고를 제기하고, 지상물 매수 청구권 등의 민사 소송 등의 절차를 이어간다고 밝혀 법정 다툼이 예고돼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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