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규제 주도 이마이 퇴장..스가 관저 새 실세는 '불륜 보좌관'
국토교통성 출신 이즈미 새로운 실세로
경찰 출신 내각인사국장 스기타도 스가 라인
'관저 주도' 계속.."아베보다 스가가 무서워"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마이 다카야(今井尚哉) 정무비서관이 스가 정권 출범과 함께 관저 무대에서 퇴장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리는 16일 정권 발족과 동시에 관저 주요 인사도 단행했다. 아베의 오른팔로 아베 정권의 실세 중 실세였던 이마이 비서관은 관저의 자문역에 해당하는 '참여'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퇴임이다.
이마이는 경제산업성 출신으로 2006~07년 제1차 아베 정권에서 총리 비서관으로 아베와 인연을 맺었다. 1차 아베 내각은 1년 만에 단명했지만 이마이는 그 이후에도 계속 충성을 맹세하며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때 수석 비서관 격인 정무담당 비서관으로 컴백했다.
아베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이마이는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시작으로, 관저 주도의 정책 입안을 추진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정무비서관은 보통 총리의 일정 조정, 자민당과의 정책 조정 등의 업무를 맡는데, 이마이는 외교 분야에서도 아베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해왔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당시 총리관저 내 외교사령탑이었던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이나 외무성 관료들보다도 아베는 이마이를 더 신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 한·일관계를 격랑으로 몰아넣었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도 이마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9월부턴 총리보좌관까지 겸직하면서 아베 관저의 주요 정책은 “아베와 스가, 이마이 3명이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권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그러나 이마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스가와 주도권 경쟁을 심하게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노마스크’로 대표되는 코로나19 실책은 경제산업성 출신의 이른바 이마이 라인이 주도했다. “아베가 스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아베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였다.
결국 아베가 스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코로나19 대책의 주도권도 스가가 다시 가지고 오면서 ‘이마이 vs 스가’의 대결은 스가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번 인사에서 이마이가 '참여'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마이니치 신문은 “'참여'라는 자리로 보낸 건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배려이겠지만, 정책 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마이와 함께 경제산업성 출신의 하세가와 에이이치(長谷川栄一) 총리보좌관 겸 내각 공보관 역시 퇴임했다. 하세가와도 북방영토 문제에 관여하는 등 아베 관저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이처럼 이마이, 하세가와 등 경제산업성 라인의 퇴출에 따라 아베의 관저에서 위세를 떨치던 경제산업성의 위상도 변화가 예상된다.
스가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사는 국토교통성 출신의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보좌관이다. “스가의 안건에는 모두 이즈미가 관련돼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즈미는 스가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즈미는 지난해 말 한 주간지 보도로 여성 동료와 해외 출장시 두 방이 연결돼있는 ‘커넥티드 룸’을 사용했다는 등 불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경찰 출신의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 부장관 겸 내각인사국장도 관저 내 확실한 스가 라인으로 꼽힌다. 스가보다 8살이 많은 스기타 부장관은 스가의 지역구인 가나가와(神奈川)현의 경찰본부장을 지냈다.
스기타는 정부 부처 간부 인사를 총괄하는 내각인사국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스가가 총리 후보로 단숨에 올라선 계기가 된 ‘레이와(令和)’ 신 연호 발표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다. 요미우리는 이 두 사람을 ‘스가의 심복’이라고 보도했다.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유임됐다. 외교 분야 실적이 없는 스가는 외교·안보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외교라인은 바꾸지 않았다.
스가는 ‘관저 주도’의 틀을 잡은 인물인 만큼, 스가 정권에서도 관저 중심의 정권 운영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경제 관련 부처의 간부는 마이니치 신문에 “전부 스가가 스스로 판단해서 하기 때문에 관저 주도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아베 정권보다 스가 정권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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