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전염병처럼 퍼져"..라이베리아, 국가비상사태 선포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 성폭행 급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당신에겐 5분이지만 피해자에겐 평생 (고통)"이라는 문구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EPA=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최근 성폭행이 급증하자 조지 웨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 조치를 지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웨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성폭행 전담 검사제 도입, 국가적인 성범죄자 등록소 설치 등을 지시했다. 또 성범죄와 젠더기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안전 태스크 포스’도 설립할 예정이다.

라이베리아의 이번 조치는 수천 명의 라이베리아인이 성폭행 증가에 항의하며 수도 몬로비아에서 지난달 벌인 시위에 따른 것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라이베리아는 오랫동안 높은 성폭행 비율로 국제사회의 우려의 대상이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인구 450만 명의 라이베리아에서 803건의 성폭행이 발생했다. 특히 성폭행과 젠더기반 폭력 사건 중 2%만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1989년부터 2004년까지 14년간 있었던 라이베리아 내전과 유죄 판결로 이어지지 않는 재판 결과를 높은 성폭행 비율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라이베리아에선 특히 올해 들어 성폭행이 급증했다. 마거릿 테일러 라이베리아 여성지위향상네트워크 국장은 AFP통신에 6~8월에 600건의 성폭행 사례가 보고됐고, 이는 80~100건이었던 5월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지난 9일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열린 성폭력 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축구선수 출신인 웨아 대통령은 지난 9일 몬로비아에서 열린 성폭력 대책회의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성폭행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걸 보고 있다”며 “많은 어린이와 어린 소녀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