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엔 쇠사슬, 홈페이지는 먹통..이 대학은 이제 없다[이슈&탐사]

8월 14일 오후 1시쯤부터 조용했던 동부산대 캠퍼스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방학인데다 폐교 소식에 학생이 한 명도 없던 며칠 전과 다른 풍경이었다. 학생을 태운 택시가 교문 안까지 줄 지어 들어왔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생활관 1층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편입학설명회가 오후 1시30분부터 생활관 1층 강당에서 열렸다.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장학재단이 설명회를 주관했다. 당장 어느 학교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학생 270여명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동부산대 재학생 444명과 휴학생 317명 등 재적생 761명은 부산·울산·경남지역 동일·유사학과에 같은 학년으로 특별편입학이 이뤄진다. 폐교를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자동차과 배모(24)씨는 “친구들하고 근처 대학을 가는데 오히려 더 좋은 대학을 가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학교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전공 실습이나 편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차라리 폐교가 더 낫다는 얘기였다. 유아교육과 김태희(25)씨는 “새로운 학교에 가서 또 적응하고 공부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며 “모교가 사라진다는 것도 슬프고 친구들과도 헤어지게 되는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만학도는 폐교 절차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됐다며 교육부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오랜만에 학교가 북적이면서 학교 앞 중국집과 문구점도 유리 출입문을 활짝 열어뒀다. 4년 전부터 중국집을 운영해 온 이상진(50)씨는 굳은 표정이었다. “손님 절반이 동부산대 학생들이었죠. 기숙사에도 배달을 많이 가고 홀에도 학생들이 가득했었는데 문 닫는다 하더라고요. 이 위쪽에도 자취하는 학생들 많이 살았고요. 상인들 바람이야 학교가 계속 남아있으면 좋겠는데 이제 어쩔 수 없죠.”

B씨가 기대하는 동안에도 폐교 날짜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8월 26일 동부산대 대학본부 1층 회의실 한켠에는 ‘문서보관’이라고 적힌 빈 박스가 천장까지 닿을 듯 쌓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학진흥재단 측 관계자가 앉아서 넘겨 받을 서류 리스트를 정리했다. 이 관계자는 “원본 문서를 확인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이 같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폐교된 학교의 학적부 등 기록물은 사학진흥재단이 보관을 맡는다. 특히 9월부터는 폐교의 기록물 관리를 사학진흥재단이 맡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시행돼 폐교 대학은 반드시 재단에 기록물을 넘겨야 한다. 폐교 대학 출신은 사학진흥재단에서 학적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일부 대학은 폐교 과정에서 학적부를 제멋대로 버려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교정을 다니던 한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짐을 정리하러 온 치위생과 권모(21)씨였다. 그는 불도 켜지지 않는 텅 빈 건물로 들어가 3층에 있는 자신의 사물함을 열었다. 박스에 짐을 넣자 권씨의 아버지가 나타나 박스를 들었다. 두 사람은 “학생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학교가 없어지네”라고 말했다.

짐을 정리하지 않는 교수들도 있었다. 김모 교수는 “체불임금이 있어서 방은 못 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학생들 편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느라 어제는 저녁 9시에 퇴근했다”고 말했다.
6층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이모 교수는 9월 1일부터 ‘옆집 아저씨’로 살겠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근무한 뒤 유명 관광업체의 한국 지사장을 지내다가 동부산대 교수가 됐다. 이력서에 쓸 건 많지만 구직 활동은 그에게도 큰 부담이다. 지금까지는 학교가 없어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 “다른 걸 알아보려고 해도 (학교가 없어진다는게) 꿈 같아서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새로운 일을 알아보더라도 9월 1일부터 해보려고요.” 이 교수는 다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가끔씩 든다고 했다. “애들이 ‘아빠, 그만 포기하세요’라고 말해요. 근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학교 폐교만은 막아보고 싶었고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9월 1일부터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정 안되면 노가다라도 해야죠.”

마지막 출근길이 어땠는지 물었다. 한 직원은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하늘을 몇 번 쳐다봤는지 모르겠네요. 울화가 치밀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직원은 “나도 그랬는데. 다 그랬나봐요”라고 말했다.
이날 학교는 학생들의 마지막 문의가 몰리면서 전화벨이 쉬지 않고 울렸다. 휴학을 한 학생들이 미리 납입한 등록금을 환불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동부산대는 당장 학생들에게 돌려줄 등록금 3억원 정도가 없는 상황이다. 법인 측은 “재산 매각이 이뤄지는 대로 등록금에 지연이자를 더해 학생들에게 반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설팀 직원 D씨는 쇠사슬과 자물쇠를 들고 교정을 돌아 다녔다. 생활관 출입구에 쇠사슬을 칭칭 감고 자물쇠를 채웠다. 그는 시설 관리를 위해 법인의 요청으로 학교에 남게 됐다. 혼자 남아 일해야 하는 상황이 D씨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저만 일을 하려니까 마음이 무겁네요. 저 분들 보기도 좀 그렇고. 같이 애썼는데….” 쇠사슬이 묶인 출입문에는 ‘점유관리 안내문’이 붙었다. 허가 없이 출입하거나 시설물을 반출할 경우 처벌된다고 적혀 있었다.
폐교를 받아들인 사람들과 폐교에 반대한 사람들은 이날까지 화해하지 못했다. 폐교를 받아들인 홍 총장과 교수, 직원 16명은 교정을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 촬영을 했다. 이들은 대학본부 앞에 현수막을 설치했다. ‘배가 침몰해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선장과 선원은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동부산대 학생지킴이 교직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홍 총장은 “직원들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주 부산시와 해운대구 관계자들을 만나 부지 매각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교에 반대한 한 직원은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폐교만은 안 된다고 적극적으로 버티면서 학교 살릴 방법을 더 찾아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경훈 교수도 “이렇게 빨리 정리가 되니까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폐교가 실감나지 않는다던 교직원들은 대학 메일 계정이 사라지고 학교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자 허탈해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동부산대 학교 홈페이지는 접속이 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검색 뒤 홈페이지 주소를 클릭하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고 나온다.
동부산대 정문이 닫히면서 이 대학은 2000년대 폐교된 네 번째 전문대학이 됐다. 한국 대학의 폐교는 이제 시작 단계다. 신입생을 채우지 못해 존폐 위기에 놓인 제2, 제3의 동부산대가 상당수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는 대입 지원자가 전체 대학의 입학 정원보다 적은 ‘정원 미달의 해’가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동부산대의 ‘마지막 한 달 이야기’는 앞으로 일어날 폐교 사태의 첫 번째 에피소드일 수 있다.
부산=김유나 기자, 권기석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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