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지 깔아라" "렌즈 뭉개라" 요즘 1020 줌 스트레스

채혜선 2020. 9.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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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가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며 개강에도 불구하고 한산하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줌 수업 너무 싫다. 교수님들은 모든 학생이 개인 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울 한 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내 방이 없어 옷이 가득 쌓인 더러운 옷장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교수님은) 무조건 화면을 켜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했다. 이어 “가족들이 계속 방을 들락날락하니까 가상배경을 깔아놔도 쓸모가 없다”며 “카페에 갈 수도 없고 재택근무하는 가족들도 밖에 안 나가니 줌이 아주 스트레스다”고 썼다. 이 글엔 “나도 마찬가지”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내 방 없어서 서러워” 줌 수업 불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2학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비대면 강의를 하는 대학이 많다. 비대면 대학 강의에서 많이 쓰이는 플랫폼 중 하나가 교수·학생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줌(ZOOM)’이다. 교수나 학부모는 실시간으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수업을 선호하지만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나 외모 등 고민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학생들은 우선 사생활 노출을 걱정한다. 자기만의 공간이 없거나 집이 좁은 학생들은 줌 수업 때 이런 형편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 A씨는 3일 “줌에 가상배경을 설정할 수 있지만, 이를 해놔도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 다 티가 난다”며 “어떻게 해도 내가 사는 공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가족 옆에서 줌 수업을 하며 눈치 보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1020 사이에선 ‘줌 수업 꿀팁’ 공유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내 자동녹화강의실에서 한 교수가 비대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카메라로 얼굴을 보여야하니 외모도 신경 써야 한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줌 들을 때 화장해야 하냐” “방금 일어났는데 마스크 끼고 줌 들어도 되느냐” 등 타인 시선을 의식한 질문이 쏟아진다. 여기엔 “카메라 렌즈에 지문을 묻혀 뿌옇게 해라” 등과 같은 조언이 공유되고 있다.

10대가 많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최근 ‘줌 수업할 때 구도 꿀팁’ ‘줌할 때 예뻐 보일 수 있는 법’ 같은 글이 잇따르고 있다. “얼굴이랑 카메라랑 눈을 마주치게 하는 정면 구도는 얼굴이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장해야 어색하지 않다”는 글은 조회수 13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글에선 “방을 어둡게 한 상태에서 얼굴 밑에 은박지를 깔고 스탠드 조명을 켜라”는 조언도 있다. 얼굴이 화면에 하얗게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의 고민과 달리 강의를 하는 교수나 교사들은 학생들 얼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1학기 때도 그랬지만 학기 초엔 다양한 불만이 접수되는 시기”라며 “학생 안전을 이유로 비대면 수업을 확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술적 문제를 제외한 불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B씨(32·여)도 “학생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얼굴이 안 나오면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는 “아이들 방치 말라” 청원도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학부모들 역시 교사와 소통이 이뤄지는 쌍방향 원격수업을 원한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서 학부모라 밝힌 청원인은 “원격수업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은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며 “비대면일지라도 라이브 수업을 원한다. 2학기만큼은 단 한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선생님이 소통할 수 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3일 오후 기준 1만1100여명이 동의했다.

이에 대해 한 교육청 관계자는 “1학기 때부터 학력 격차 등을 문제 삼으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해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교육청에서도 줌 수업을 학교에 권고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기기 문제 등을 이유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들 한다. 관계자 협의를 통해 불편함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 점점 늘어나는 비대면 수업

「 3일 한국대학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주요 18개 대학의 2학기 수업 방식 상태를 조사한 결과 성균관대를 제외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7개 대학이 개강 후 일정 기간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한다. 성균관대는 전면 비대면 수업 전환 없이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등교하지 못하는 유치원과 초·중·고교도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16개 시·도의 8245개 학교에서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등교 중단 학교는 수도권 유·초·중·고교(고3 제외)가 전면 원격 수업에 들어가면서 지난달 26일 6840곳을 기록한 이후 이날까지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 중이다. 수도권 내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오는 11일까지 등교 수업 대신 원격 수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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