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가세한 '흥벤저스'.. 너무 강해서 문제?

양형석 입력 2020. 9. 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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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김연경 합류 후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곱지 못한 시선 받고 있는 흥국생명

[양형석 기자]

컵대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흥국생명의 전력은 역시 역시 강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이하 컵대회) 조순위결정전에서 B조 3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세트스코어 3-0(25-16, 25-20, 25-22)으로 가볍게 꺾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와 조순위결정전까지 3경기에서 9세트를 따내는 동안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4강에 진출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합류가 결정됐을 때부터 이미 흥국생명에는 '흥벤저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말대로 실제로 흥국생명은 상대를 압도하는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몇몇 배구팬들은 벌써부터 흥국생명이 1990년대의 호남정유(LG정유)처럼 일방적인 독주로 리그를 장악하는 게 아닐까 우려하기도 한다. 이는 어렵게 올라온 여자배구의 인기를 다시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데려 왔다는 이유로 여자배구의 인기를 좀 먹는 악덕(?) 구단 취급을 받아야 할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 받던 '여자배구 메시'의 컴백
 
 '배구여제' 김연경은 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포기하고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6월 터키리그에서 활약하던 '식빵언니' 김연경이 한국 리그로 돌아온다고 선언했을 때, 배구 팬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김연경이 국내 복귀를 선택한 이유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유럽 등 해외 빅리그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한 1년 미뤄진 도쿄 올림픽을 더 좋은 컨디션 속에 준비할 수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방역을 가장 잘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말이 필요 없는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페네르바체 시절이던 2011-2012 시즌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과 MVP, BEST7을 휩쓸었고 터키리그에서는 두 시즌 연속 득점상과 공격상을 차지하며 최고의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까지 남녀를 합쳐 세계 배구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던 선수다. 김연경에게 붙은 '여자배구의 메시'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연경은 국내에서도 많은 규모의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해외리그의 시즌이 끝나고 귀국하거나 시즌 준비를 위해 해외로 출국할 때는 언제나 공항에는 많은 팬들이 몰린다. 월드그랑프리대회나 VNL 같은 국제 대회가 한국에서 열릴 때에도 언제나 김연경을 보기 위한 배구팬들로 체육관이 가득 찬다. 그런 김연경이 V리그로 복귀한다는 것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FC)이 K리그에서 뛰는 것과 다름 없는 배구계로서는 엄청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 6월 6일 김연경이 복귀하는 국내 구단이 흥국생명으로 정해지면서 배구팬들의 환호는 실망으로 변했다. 흥국생명은 불과 두 해 전이었던 2018-2019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강팀인 데다가 지난 4월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의 합류로 전력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우승권의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았던 흥국생명에 김연경까지 가세하면 흥국생명은 다른 팀들을 완전히 압도하는 전력을 갖추게 된다.

물론 김연경이 지난 시즌 하위권이었던 팀에 입단하면 좋겠지만 V리그에서 네 시즌을 뛰고 해외로 진출한 김연경의 국내 소유권은 여전히 흥국생명에게 있다. 김연경이 해외생활을 끝내고 국내리그로 복귀한다면 흥국생명 외에는 선택권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흥국생명 구단이 최고의 흥행요소와 세계 정상급 기량을 두루 갖춘 김연경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이유도 없다. 결국 김연경은 연봉 3억5000만 원에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예상대로 강했던 흥국생명, 근데 강한 게 잘못?
 
 김연경이 가세하면서 가장 부담이 줄어든 선수는 흥국생명의 새 에이스 이재영이다.
ⓒ 한국배구연맹
 
비록 코로나19로 아쉽게 시즌을 조기 종영했지만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는 남자부와 별개로 시즌을 운영했음에도 높은 시청률과 많은 관중동원으로 인기가 크게 상승했다. 무엇보다 매 경기 승리팀을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만큼 6개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된 것이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종료 시점에서 1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2위 GS칼텍스 KIXX의 승점 차이는 단 1점이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이다영 세터의 가세로 가뜩이나 전력이 상승한 흥국생명에 합류한다면 어렵게 올려 놓은 여자배구의 전력 평준화는 다시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배구팬들은 다가올 2020-2021 시즌 V리그의 우승팀은 어차피 흥국생명이 될 테니 나머지 구단들은 우승이 아닌 2위 싸움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 흥국생명의 전력은 예상대로 막강했다. 김연경과 이재영, 루시아 프레스코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에 국가대표 주전 세터 이다영, 노련한 김세영과 유망주 이주아 등으로 이어지는 호화 멤버를 자랑한 흥국생명은 조별리그와 조순위 결정전 3경기에서 9세트를 따내는 동안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주전 선수가 한 명씩 빠졌던 각 경기 3세트에서 다소 고전했던 것이 흥국생명이 보여준 유일한 빈 틈이었다. 

흥국생명이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4강에 진출하자 컵대회는 물론 다가올 V리그에서도 흥국생명이 전승 우승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배구 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V리그의 지난 16년 역사에서 아직 전승 우승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만약 흥국생명이 V리그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부상 등의 변수들을 모두 이겨내고 V리그 출범 후 최초로 전승 우승을 달성한다면 이는 비난이 아닌 찬사를 받아야 할 일이다.

과연 김연경이란 호재를 만난 여자 프로배구가 최근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또 흥국생명을 제외한 타 팀들은 어떤 작전으로 김연경이란 '넘사벽'을 뛰어넘으려 할까?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V리그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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