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조사한다며 아시아인엔 '누렁이'..UN 설문 논란

이병준 2020. 8. 21. 09: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엔(UN) 깃발.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유엔(UN)이 직원 설문에서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UN은 직원 수천 명에게 ‘인종 차별에 대한 UN 설문’ 이메일을 발송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인종 차별을 근절하고 인간 존엄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설문 첫 번째 항목부터 UN 설문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자기 자신을 어떤 인종으로 인식하고 있냐’는 질문 답변 항목에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누렁이(Yellow)‘라는 표현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흔히 ’황인종‘으로 번역되지만, 미국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 닷컴’에 따르면 이 표현은 아시아인이나 혼혈 백인 및 흑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흑인(Black)이나 백인(White), 갈색인(Brown; 말레이인 계통) 등은 인종을 지칭할 때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반면, ‘피부가 누렇다’는 의미를 담은 이 말은 아시아계를 지칭할 때 보통 기피하는 단어다.

에리카 폴디 뉴욕대 바그너 공공서비스대학원 부교수는 “아시아계를 지칭하는 데 ‘누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인종차별적 비방”이라며 “절대 쓰여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동시에 인종 관련 표현들은 복잡하며 항상 유동적이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폴디 부교수는 “‘갈색인’은 예전까지만 해도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누렁이’라는 말은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질문은 제정신이 아닌 수준이었다. 아주 불쾌했다. UN처럼 문화적으로 다양한 기구에서 시행한 설문에서 이런 질문이 어떻게 통과된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스테판 두자릭 UN 대변인은 ”설문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고 (관련 항목은) 적절하게 수정할 것“이라며 ”인종 범주를 더 세심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절차에 즉각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