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가에 자욱한 '소독 안개'.."코로나 막자" 마스크 쓴 채 물놀이
속초시, 피서지에 게이트형 소독기 16대 설치
해수욕장 피서객 혼잡 알려주는 신호등도 생겨
10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 강원도 내 해수욕장의 개장 첫날을 맞아 피서객들이 삼삼오오 바닷가로 향했다. 이들이 해수욕장 입구에 설치된 게이트형 소독기 앞에 서자 안개 형태의 소독액이 뿜어져 나왔다. “마스크 착용하시고, 3초 동안 소독하세요”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였다.
피서객들은 생전 처음 접하는 게이트형 소독기를 지나면서 “우와~ 이게 뭐야”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서 피서를 온 김정환(44)씨는 “소독기를 통과하면 세균이 99.9% 살균된다고 하니 자유롭게 해변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휴가철을 앞두고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해수욕장 등 주요 피서지 7곳에 게이트형 소독기 16대를 설치했다. 소독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는 높이 1m가량의 울타리를 치고 곳곳에 통제 요원을 배치했다.
소독을 마치고 해수욕장으로 들어서자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물놀이를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물놀이를 즐겼다. 오현준(20)씨는 “친구들과 피서를 왔는데 입장할 때 무조건 마스크를 쓰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바다에 들어갈 때도 착용했다”며 “처음 보는 소독기를 체험해보니 방역시스템이 잘 갖춰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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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입장 시 마스크 착용 필수
속초시는 해수욕장 개장 기간 샤워장을 사용할 때는 1회 최대 7명만 입장해 8분간만 쓰도록 했다. 또 샤워가 끝난 뒤에는 2분간 샤워장을 소독한 후에야 다음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속초해수욕장 방역팀 관계자는 “화장실 등 공공이용시설은 하루 3회 이상 소독하고 파라솔과 선베드는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는 등 방역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강원 동해안에서는 이날 속초·고성·양양·삼척 등 4개 시·군 해수욕장이 개장했다. 동해시는 15일, 강릉시 17일 각각 개장한다. 이들 해수욕장은 삼척시·고성군(8월 16일)을 시작으로 동해시·양양군(8월 23일), 강릉시(8월 30일), 속초시(8월 31일) 등 순으로 폐장한다.
이날 개장한 양양군 낙산해수욕장은 이용자 밀집에 따른 혼잡도를 빨강·노랑·녹색으로 표시하는 '혼잡도 신호등'을 운영한다. 해당 정보는 해양관광 포털인 '바다여행'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양양군은 낙산해수욕장에 손 소독제와 소독약, 발열 체크용 체온계 등과 함께 임시격리실(몽골 텐트)도 설치했다.
오는 17일 개장하는 강릉 지역 해수욕장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손목밴드를 착용해야 한다. 강릉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수욕장을 방문하는 모든 방문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손목밴드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안전 해수욕장 운영방안’을 도입했다. 해수욕장마다 방역관리자를 지정했고 매일 3회 이상 소독한다. 체온 37.5도 이상인 피서객은 해수욕장 입장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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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장, 8분 사용 후 2분간 소독
해수욕장마다 방역을 강화하면서 일부 마을 단위의 소규모 해수욕장은 운영을 포기했다. 지난해 개장한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은 92곳인데 올해는 81곳으로 11곳 줄었다. 강릉에서 5곳의 마을 단위 해수욕장이 올해 운영을 포기했고, 삼척은 올해 6곳이 문을 닫기로 했다.
축제도 줄줄이 취소돼 강릉시는 경포해수욕장에서 열 계획이던 ‘경포 서머페스티벌’과 ‘국제청소년예술제’ 등 10여개 행사를 취소했다. 동해시는 망상해수욕장의 뮤직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와 ‘화이트 견운모 페스티벌’을 취소했으며, 양양군은 낙산해수욕장의 ‘낙산 비치페스티벌’을 열지 않기로 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해수욕장 개장식과 페스티벌 등 축제와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며 “정부와 자치단체가 마련한 운영방안을 준수하면 안전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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