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새 랜드마크 아파트..신촌그랑자이·래미안대치, 대장주로 우뚝

정다운 2020. 6. 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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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급 대단지 아파트가 최근 잇따라 입주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대장주’ 아파트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대장주는 주식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거래를 주도하는 주식을 의미하는 단어다. 부동산 시장에서 ‘대장주 아파트’는 그 지역에서 시세가 가장 높으면서 주변 집값까지 선도하는, 소위 ‘랜드마크’ 아파트를 일컫는다.

대장주 아파트가 중요한 이유는 주변 아파트값이 보통 이 대장주 아파트값을 좇아 움직이기 때문에 전체 부동산 시장 동향을 미리 살펴볼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투자용으로도 많이 구매하는 경우에는 매도 타이밍을 잘 맞춰 부동산을 현금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어떤 아파트가 수익률이 높고 환금성도 좋은지 따져야 하는데 이때 좋은 지표가 거래량이다. 지역 내에서 가장 입지와 상품성이 좋은 아파트일수록 거래가 많아 수익성과 환금성이 높다는 얘기다. 주변 다른 단지보다 매매가격 상승폭이 높고 경기가 안 좋을 때 하락폭도 적어 안전 투자처로 통한다.

대장주 아파트는 왜 환금성이 좋을까. 대장주 아파트는 주로 대단지인 경우가 많다. 대단지 아파트에는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과 커뮤니티시설이 단지 내에 들어선다. 단지 인근에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가 들어서고 단지를 지나는 버스 노선이나 대형마트, 학원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이다. 또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단 곳이 많다. 현재 서울에는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토지가 흔하지 않아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는 희소가치가 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동네 대장주 아파트가 바뀌기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서는 인기 주거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간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완료한 구역에 대단지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새롭게 대장주 타이틀을 거머쥐는 단지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올 2월 입주한 서울 ‘신촌그랑자이’는 인근 ‘마포래미안푸르지오’보다 규모가 작은데도 일대 집값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윤관식 기자>

▶재개발 구역은 새 아파트가 최고

▷7년 차 마래푸에서 신촌그랑자이로

대장주 아파트 서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입지, 교통 편의성, 상품성, 학군이다. 특히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요즘, 가장 최근 입주한 대단지 아파트가 기존 대장주 단지에서 주도권을 빼앗아오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2014년 입주)’와 ‘신촌그랑자이’(1248가구)다. 한동안 마래푸가 집값을 주도하던 서울 마포구 아현·대흥동 일대에서는 지난 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신촌그랑자이가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신촌그랑자이 단지 규모 자체는 마래푸(3885가구)의 절반도 안 되지만 입주 7년 차를 맞이한 마래푸보다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 일대 시세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신촌그랑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6억8000만원에 거래된 후 17억원에 매물로 나온다. 지난 1월 16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쓰고 지난 5월 16억원에 거래된 마래푸보다 1억원가량 더 높다.

강북구 장위뉴타운도 당장 올 연말부터 비슷한 모습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재개발 사업을 완료하고 지난해 입주를 마친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1562가구),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939가구)가 장위뉴타운 시세를 주도했다.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는 8억7000만원. 하지만 바로 옆 장위7구역을 재개발한 ‘꿈의숲아이파크’(1703가구)가 당장 올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 입주를 앞두고 분양권이 8억6000만원에 팔렸다. 입지나 실거래가격만 놓고 보면 큰 차이 없지만 단지 규모가 더 크고 새 아파트인 탓에 입주 이후 래미안 아파트 시세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단,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초역세권인 장위4구역이 올해 중으로 ‘자이’ 브랜드를 단 2840가구 공급에 나서면 입주 시점에 집값 주도권이 다시 한 번 장위4구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재개발·뉴타운 구역은 재건축 단지와 달리 20여년에 걸쳐 구역별 정비사업이 이뤄진다. 아직 학군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만큼 집값이 학군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대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입지에 새 아파트가 들어설 때 집값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래대팰이 디에이치보다 비싼 이유

▷고급화 좋다지만 맹모, 학군 포기 못해

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둔 채 낡은 아파트만 신축하는 경우라 커뮤니티시설, 마감재 같은 상품성이나 학군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강남구 개포지구 내에서는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지난해 8월 입주)가 6개월 먼저 입주한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지난해 2월 입주)보다 한 수 위다. 입주 시기가 비슷하고 단지 규모는 래미안블레스티지가 더 큰데도 내부 마감부터 단지 조경까지 국내외 유명 조경·공간 예술가와 협업한 디에이치아너힐즈가 더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같은 전용 84㎡ 아파트라도 래미안블레스티지(23억~26억원)와 디에이치아너힐즈(27억~28억원)의 최근 호가는 1억~3억원가량 차이 난다.

그러나 디에이치아너힐즈도 강남구 큰 틀에서 봤을 때는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278가구, 2015년 입주) 시세에 한참 못 미친다.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 5월 전용 84㎡ 아파트가 29억3000만원에 거래된 후 29억~30억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주현 대표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대치동 학원가를 낀 데다 단대부고와 숙명여고 등 명문고 인근에 위치한 덕분에 단지 규모나 연식 영향을 여느 단지에 비해 덜 받는다”며 “주변에서 우선미(우성·선경·한보미도), 구마을 등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동등한 학군 조건을 가진 아파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강남구 대장주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로 넘어와 반포지구에서는 ‘아크로리버파크’(1612가구)가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31억6500만원. 같은 시기 동일한 면적의 래미안퍼스티지는 2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규모 면에서는 래미안퍼스티지가 훨씬 크지만 연식이 7년가량 차이 나는 데다 한강변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 입지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아크로리버파크는 앞으로 인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반포경남·신반포3차(래미안원베일리)가 재건축을 마칠 때 즈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각각 5388가구, 2990가구를 새로 지을 예정이라 규모 면에서 아크로리버파크를 앞서고, 두 단지 모두 한강변에 위치해 입지 조건도 비슷하다.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하철 9호선뿐 아니라 4호선 동작역도 끼고 있고,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과 가깝다는 점이 무기다.

‘강남 4구’ 중 하나인 강동구에서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 고덕그라시움 → 고덕아르테온순으로 대장주 자리가 넘어갔다. 지난해 9월 4932가구 규모에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역세권인 고덕그라시움이 입주할 때까지만 해도 이 단지가 고덕지구 일대 대장주 아파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다만 막상 입주 시기가 되자 커뮤니티시설 마감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일부 시설에서는 천장 누수까지 발생한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후 하자 보수를 두고 조합원과 수분양자 간 갈등까지 불거진 사이 단지 맞은편에서는 고덕아르테온(4066가구)이 올 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입지나 규모 면에서 고덕그라시움과 큰 차이는 없지만 조경을 비롯해 피트니스·사우나·실내골프연습장 등 커뮤니티시설이 호평을 받으면서 일대 대장주 아파트로 떠올랐다. 이주현 대표는 “고덕아르테온은 아파트 상품성이 단지 규모를 이긴 경우”라며 “단 추후 9호선 연장선이 개통하고 나면 또 한 번 대장주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3호 (2020.06.17~06.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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