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족 늘고 택시손님 줄자..日택시 5대 중 1대 손님 대신 음식 날라

김상진 2020. 6. 1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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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 한 달여 만에 1500개 회사 참여
日정부, 택시 음식배달 계속 허용 가닥
배송료 비싼데도 고급음식 배달로 인기
지방선 가뜩이나 부족한 배달인력 대체
배달료 체계, 배달 범위 확대도 검토 중
코로나19로 본업이 어려워진 일본 택시 5대 중 1대가 음식배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2일 도쿄의 택시회사 니혼교통 소속 택시가 도쿄 긴자 거리를 주행하는 모습. 이 회사는 한 고급 스테이크 식당과 계약을 맺고 음식을 배달한지 열흘만에 1200만엔(약 1억3400만원)의 매상을 올렸다. [AP=연합뉴스]

"스테이크 배달 왔습니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이 어려워진 택시 회사들이 이처럼 음식배달업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감염 우려로 방콕족은 급증한 반면 택시 손님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이제 이런 풍경이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21일부터 한시적으로 택시의 음식배달업을 허용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인기가 높았다.

허용 한 달여 만에 참여한 택시회사가 전국에서 1500개(지난 5일 기준)로 늘었을 정도다. 택시 대수로 따지면 4만3000대, 이는 일본 전국 택시의 20% 수준이다. 5대 중 1대는 본업이 아닌 음식배달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일본 국토교통성은 당초 5월 13일까지였던 영업 허용 기간을 9월 말로 늘렸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일몰 기간을 없애고 계속 허용하는 쪽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보도했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도쿄에서 한 택시기사가 차를 세워둔 채 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본에선 택시 손님이 급감했다. [AFP=연합뉴스]

원래 일본에선 도로운송법상 택시가 유상으로 할 수 있는 영업은 원칙적으로 여객뿐이다. 일부 예외 지역이 있긴 하지만 도쿄 등 대도시에선 배달업자가 많다는 이유로 택시의 배달업 참여는 금지돼왔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배달 수요가 폭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최근 몇년새 내리막길을 걷던 택시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전국대절·택시연합회에 따르면 도쿄에선 5월 전반기 매상이 전년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음식배달업을 허용한 게 택시업계의 숨통을 틔웠다.

당초엔 업계 내에서도 비싼 택시요금 때문에 영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신반의했다. 일례로 도쿄의 택시회사 니혼교통은 롯본기 등에서 3개점을 운영하는 고급 스테이크 식당인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와 배달 계약을 맺었는데, 건당 배달료가 3300엔(약 3만7000원)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주문이 폭주하면서 배달을 시작한지 열흘만에 1200만엔(약 1억3400만원)의 매상을 올렸다. 가와나베 이치로(川鍋一朗) 니혼교통 회장은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배달 수요를 발굴해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방에선 또 다른 요인이 택시의 음식배달업을 견인하고 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 상황인 데다가 대도시와 달리 우버이츠 등 음식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없기 때문이다. 당장 택시만 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달 17일 밤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한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포했을 당시엔 도쿄 중심가 밤거리가 한산했다. [AFP=연합뉴스]

주무 부처인 국교성은 택시의 음식배달을 기한 없이 전면 허용하는 것과 함께 배달료와 배송 범위도 조율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택시 회사가 식당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해지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채산성이 없는 데도 배송단가를 낮추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교성은 일정한 배송료 체계를 검토 중이다.

또 급증한 택배 수요 사정을 고려해 음식뿐 아니라 다른 물품 배달에도 택시가 참여할 여지가 있는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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