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판 17만원 날렸다"..'QR코드 바꿔치기' 당한 中 노점상

서유진 2020. 6.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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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기승부리는 QR코드 범죄
노점상 자리비운 사이 슬쩍 교체
"상품 준다"며 개인정보 빼가기도

중국에선 바코드와 유사한 QR 코드가 널리 쓰인다. 물건을 산 뒤 사각형의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돈이 주인에게 입금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간단하다 보니 각종 범죄도 기승이다. 최근엔 노점상의 QR코드를 몰래 바꿔치기해 애써 번 돈을 채가는 일까지 벌어져 공분을 사고 있다.

누군가가 볶음밥 노점상의 QR코드 위에 다른 QR코드를 슬쩍 덧붙여 놓았다. 노점상은 결국 하루 벌이를 몽땅 날렸다. [웨이보]

11일 베이징 완바오 등에 따르면 중국 구이저우 성의 구이양에서 볶음밥 노점상을 하는 부부는 최근 'QR코드 바꿔치기'에 당했다. 뤄 모 부부는 한 그릇에 10위안(1690원) 하는 볶음밥을 길거리에서 팔고 있었다. 보통 하루에 100그릇 이상 팔린다. 그런데 지난 9일 영업을 마치고 정산을 해보니 1000위안(17만원) 가까운 돈이 비어있었다. 하루 벌이가 몽땅 날아간 것이다. 뤄 모 부부는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고 뒤늦게 QR 코드가 바뀌어 있다는 걸 확인했다.

SNS에는 "노점상의 돈을 털어가다니 양심도 없다"는 분노의 댓글이 쏟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이들의 상당수가 궁여지책으로 노점상을 택한지라 공분을 사기 딱 좋았다.

QR코드 바꿔치기로 피해를 본 구이양의 볶음밥 노점상이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웨이보]


지난 3월 중순 취안저우에서 간식을 팔던 노점상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간식을 산 학생들이 분명 QR코드로 결제했는데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학생들과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노점상 주인은 QR코드가 누군가에 의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나서 주변 CCTV를 확인하고 용의자를 특정했다. 하루 뒤 범인은 체포됐다. CCTV 영상에 따르면 범인은 자기가 직접 인쇄한 QR코드 40장을 갖고 있다가 노점상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QR코드를 바꿔 붙인 뒤 자리를 떴다. 범인은 다른 20여곳의 노점에도 자신의 QR코드를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징 완바오는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일단 자리를 함부로 비워선 안 되고 계산대에 붙어 있는 게 자신의 QR코드인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QR 코드를 바꿔 붙이는 행위는 엄연히 절도죄다. 중국 법원은 새벽 시간을 틈타 야채 가게, 정육점 등의 QR코드 위에 자기 QR코드를 덮어 붙여 2600위안을 훔친 천 모에게 10개월 징역형과 2000위안 벌금형을 내렸다.

베이징 한인촌의 재래시장인 왕징제다오(望京街道) 종합 야채 시장의 매대에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QR 코드가 붙어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비접촉 방식의 모바일 결제가 현금을 거의 완전히 대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포토]

노점상만 위험한 건 아니다. 중국 매체인 펑파이는 "길가에서 QR 코드를 스캔하면 공짜 상품을 준다는 권유를 받더라도 함부로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부 사기꾼들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개인정보를 빼내 갈 수 있도록 설정을 걸어놨기 때문이다. 펑파이는 "몇 초 만에 전화번호, 카드 번호, 비밀번호 같은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항저우의 음식점 테이블에는 종이 메뉴판 대신 QR코드가 붙어 있다.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스마트폰으로 한다. [중앙포토]

펑파이는 "QR코드는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았지만, 카드 정보 절도, 허위 정보 배포, 악의적인 웹사이트 유포 등 부작용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기꾼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QR코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QR코드 사기가 횡행하는 건 그만큼 쓰는 사람이 많아서다. 오죽하면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칭화대 중국 경제사회데이터연구센터와 텐센트가 공동 발표한 '2020 QR코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QR코드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6% 늘었다. QR코드 사용횟수는 1월 23일~5월 6일 1400억 회에 달했다. 14억 중국인들이 한 명당 100번씩은 썼단 얘기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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