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구를 위해서.." 연봉 깎고 돌아온 김연경의 속내

김상화 입력 2020. 6. 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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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집사부일체> 빼어난 예능감 선보인 '식빵 언니'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

 지난 7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가 모처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주에 걸쳐 방영된 '배구여제' 김연경 편은 재미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리그로 복귀한 김 선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까지 모두 채워주었다. <집사부일체>는 한국이 낳은 슈퍼스타의 거취와 맞물려, 주춤했던 인기 반등을 위한 동력을 새롭게 얻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터키의 엑자시바시 에서 뛰었던 김연경은 5일 전격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5월 엑자시바시와의 계약이 끝난 뒤 그는 심사숙고 끝에 국내 리그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 해외 리그들이 중단된 점, 내년 올림픽이 예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국내 복귀 선언 이튿날 방송된 <집사부일체>를 통해 10일 예정돼 있는 입단 기자회견보다 앞서 김연경이 한국 무대를 택한 이유와 속내를 들어볼 수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관련된 내용은 짧게 다룰 수밖에 없었지만 그 속에서도 김연경 선수가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10월 열린 여자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게 된 김연경은 입단 첫 시즌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소속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겼을뿐만 아니라 그 해 최우수선수상 및 여러 개인 수상까지 휩쓸면서 한국 여자 배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김연경은 총 4시즌 동안 국내 리그 우승을 독차지한 흥국생명 전성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후 일본, 터키, 중국, 다시 터키 리그를 거치면서 해외 무대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오랜 기간 세계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한국 여자배구가 다시 올림픽 4강 진출(2012 런던올림픽)에 성공했던 것 역시 김연경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지난 7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탁월한 기량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드러난 '예측불허 입담'은 그간 배구를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까지 김연경의 팬으로 만들었다. 지난 2018년 2월 중국 리그 생활을 영상에 담았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첫 등장한 김연경은 당시 소탈한 일상을 공개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후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특히 기존 예능 못지 않은 재치와 거침없는 발언으로 '식빵 언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현재 김연경은 '식빵 언니'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만큼, 그 별명은 배구스타 김연경을 잘 설명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방송에서 김연경은 '집사부일체' 멤버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했다. 김연경은 대표팀 시절 겪었던 여러 일화와 더불어, 한국 무대 복귀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놓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까지 활약했던 터키 리그를 비롯한 세계 각국 배구리그는 현재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 역시 지난 봄 리그를 조기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야구, 축구의 무관중 진행에 발 맞춰 다음 시즌 재개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김연경 선수의 국내 복귀설은 한국 배구계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김연경이라는 존재는 각 팀 전력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외국인 선수 이상의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김연경이 소속된 팀이라면 사실상 외국인 선수 2명이 코트를 누비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원 소속팀 흥국생명 뿐만 아니라 기존 타구단에서도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연경 한국 무대 복귀엔 큰 걸림돌이 존재했다. 바로 '샐러리캡' 문제다. 샐러리캡이란 프로 팀에 소속된 전체 선수의 연봉 총액 상한선에 대한 규정을 뜻한다. 특정 구단이 자금력을 앞세워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독식할 경우, 자칫 팀간 실력 편차를 극대화시키고 이를 통해 전체 리그의 수준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농구, 배구 등 여러 구기 종목에선 샐러리캡 제도를 활용해 전력 평준화를 꾀한다.

"제가 좋은 기량에 있을때 우리 배구를 위해서..."
 
 지난 7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4월 여자 프로배구 구단의 샐러리캡을 팀당 18억 원, 옵션 5억 원을 포함한 총 23억원으로 결정했다. 각 구단들은 한도 금액에 맞춰 소속팀 내 선수들의 연봉을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금액은 김연경 선수가 터키 리그에서 받은 한 시즌 연봉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국내에서는 한 선수가 최대 7억 원밖에 받을 수 없다. 해외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약 1/3 정도다.

김 선수가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 선수에 대한 1차 소유권은 원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에 있다. 그러나 흥국 측은 이미 국가대표 쌍둥이자매 이재영, 이다영 선수에게 도합 10억 원을 지급하는 FA 계약을 맺은 상태다. 게다가 김세영, 김미연 선수 역시 각 1억 5천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해 연봉이 고정돼 있다. 김연경 선수에게 최대 금액 7억 원을 지급한다고 했을 때, 샐러리캡 여분은 3억 원 밖에 남지 않는다. 이 3억 원을 나눠 13명의 선수에게 연봉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물며 현재 선수들의 최저 연봉은 3천만 원이기 때문에 모두 최저 연봉으로만 배분한다고 해도 3명의 선수는 방출해야 한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김연경은 3억50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에 계약하며 한국 프로배구 복귀를 택했다. 이는 자신으로 인해 후배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대승적인 결정이었다.

"제가 좋은 기량에 있을때 우리 배구를 위해서, 또 도움이 된다면..." 

방송에선 짧은 분량으로 다뤄졌지만 김연경의 속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연경은 그동안 선수용 보호대에 태극기를 새겨 넣고, 광복절 열린 한일전에서는 운동화에 '대한독립 만세'라는 문구가 쓰인 테이프를 붙이는 등 대한민국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잊지 않았다.

이날 <집사부일체>는 김연경의 국내 리그 복귀 선언 이후에 방송됐지만, 사실 녹화는 복귀 선언 이전이었다. 당시 복귀를 고민하고 있던 김연경 선수는 "한국 (프로) 팀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민한 부분이긴 한데 한국에 들어와서 뛰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솔직한 답변을 이어갔다.

국내 복귀를 둘러싼 통큰 결정
 
 지난 7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깊은 고민 중에 진행된 촬영이었지만 <집사부일체>에서 '배구 스승' 김연경은 언제나 그렇듯 주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면서 방송을 주도해 나갔다. 함께 출연한 후배들은 대표팀 주장인 그를 여전히 어려워 하면서도, 힘든 순간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위해 지금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때론 솔직하게, 때로는 거칠게 경기와 방송을 이끄는 김연경은 <집사부일체>를 통해 '왜 그가 사부로서의 자격이 충분한지'를 직간접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배구, 예능, 개인 방송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뽐내는 김연경은 대표팀뿐만 아니라 어느새 시청자들에게도 친근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국내 복귀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식빵 언니'는 예능을 통한 복귀 신고식을 치르면서 어느덧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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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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