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정화 했다더니" 춘천 옛 미군기지서 폐기물 매립 흔적 발견

박진호 2020. 6.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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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발굴 현장서 두께 5cm 폐아스콘 발견
폐 전선과 모래주머니 등 각종 폐기물도 나와
문화재 발굴 작업이 한창인 옛 미군기지 춘천 캠프페이지 발굴터에서 나온 폐아스콘. 박진호 기자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는 토양 오염이 확인된 옛 미군기지 춘천 캠프페이지에서 이번에는 각종 폐기물이 매립된 흔적이 발견됐다. 1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춘천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 현장. 한쪽에 5㎝ 두께의 폐아스콘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폐아스콘은 문화재 발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현장에서 만난 환경 전문가들은 “폐아스콘은 과거 정화 과정에서 걷어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아스콘은 봄내체육관에서 춘천역 방면으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문화재 발굴을 위해 파놓은 구덩이마다 깊이 1m 지점에 5㎝ 두께의 검은색 띠가 보였다. 또 인근 다른 발굴터에서는 건설현장에서 쓴 것으로 추정되는 모래주머니와 철거하지 않은 케이블 등 각종 폐기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휘중 에아가이아 연구원장(군기지 토양오염복원전문가)은 “아스콘 두께로 볼 때 이 지역엔 경비행기나 헬기가 뜬 것으로 보인다”며“아스콘이 1m 지점에 있기 때문에 뿌리가 깊게 자리 잡는 나무는 심어봐야 고사할 수밖에 없다.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원 만들기 위해선 폐아스콘 반드시 제거해야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문화재 발굴 작업이 한창인 옛 미군기지 춘천 캠프페이지 발굴터에서 나온 폐아스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녹색연합은 “부실 정화로 점철된 춘천 캠프 페이지는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조직과 한국농어촌공사라는 공공기관의 무능한 민낯이 완전히 드러난 현장”이라며 “미군에게 오염정화 책임을 물어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세금으로 정화한 땅이 부실하게 처리되었다는 것은 국민의 공분을 살 일이다. 수십 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우리 땅을 시민들은 언제 제대로 밟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앞서 춘천 캠프페이지 부지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는 토양 오염이 확인됐다. 춘천시가 캠프페이지에서 기름 등에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토양층을 발견,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3m 지점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수치가 kg 당 3083mg으로 기준치(kg 당 500mg)를 6배 이상 초과했다. 또 2m 지점의 TPH 수치도 kg당 2618mg으로 5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전체에 대한 토양오염도를 전면 재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캠프페이지 오염은 춘천시가 해당 부지에 시민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해 문화재 발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캠프페이지 부지는 춘천시 근화·소양동 일대 5만6000㎡ 규모로 미군이 2005년 철수하면서 반환됐다.


춘천시, 토양오염도 전면 재조사

문화재 발굴 작업이 한창인 옛 미군기지 춘천 캠프페이지 발굴터에서 나온 폐 전선 모습. 박진호 기자

당시 국방부는 토양을 조사해 27곳(3만2511㎡)이 TPH, 9개 지역(3988㎡)이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에 각각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23개 관측정 지하수도 질산성 질소,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벤젠 등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토양 정화 작업을 한 뒤 2012년 춘천시에 캠프페이지 환경오염 정화 완료 검증 및 준공 보고서를 제출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정화사업을 하면서 아스콘을 걷어내지 않은 점으로 볼 때 기본적인 감리를 했는지조차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시민들이 100~200년을 써야 하는 공원이기 때문에 모든 부지에 대한 조사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부실 정화 문제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인 춘천시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인 강원도의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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