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격돌하는데 사드 변수까지 돌출..韓中 외교 악재될라
정부, 사드 장비 교체 전 중국에 사전 설명
자칫 중국 자극해 한한령 사례 재연 우려
이성현 "미중 신냉정, 지정학적 암흑시대"
박원곤 "미국 대치 중국, 전선 확대 꺼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과 홍콩보안법 등을 놓고 갈등을 키우는 가운데 주한미군과 우리 국방부가 29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노후장비 교체 작업을 실시했다.
중국이 과거 사드 배치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경제 제재까지 가했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이 자칫 미·중 간 균형외교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주한미군과 우리 국방부는 28일 오후부터 29일 오전까지 성주 사드기지에서 노후장비 교체 작업을 실시했다. 이번에 교체된 장비는 발전기, 자료 수집용 전자장비, 시한이 넘은 유도탄, 냉난방용 실외기, 정수장비 등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번 작업 전에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 정부가 중국 측에 작업 내용을 미리 소개했고, 중국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사드 발사대나 레이더가 추가로 도입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자체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중국이 반발하진 않았지만, 그간 중국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는 점에서 우려는 남아있다. 향후 사드 성능 개량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질 경우 중국이 과거처럼 경제 제재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있다.
앞서 중국은 2016년 주한미군과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에 반발하며 보복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한류 금지령이라는 한한령(限韓令)을 필두로 우리나라에 다양한 형태의 경제보복을 가했고, 그 파장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향후 사드 관련 조치로 인한 불똥이 재차 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갈등이 심상치 않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창궐 당시 중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자국에게 미쳤다며 중국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홍콩 보안법 사태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비난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에서 나오는 강경 언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과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대중 무역의존이 심한 우리나라로선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적으로 돌려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를 끌어들이기 위한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 제정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자 우리 정부에 지지를 요구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24일 관영 중국중앙(CC)TV 주재 화상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국으로서 상호 핵심 이익을 일관되게 존중해 왔다"며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한국의 지지와 이해를 호소했다.
반면 미국은 반중국 대열에 우리나라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미국은 탈(脫)중국 글로벌 공급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우리나라를 끌어들이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양대 강대국의 압박 속에 우리 정부는 대응책을 궁리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고 미중 갈등 상황을 다뤘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드 장비 교체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우리 정부의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2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중국이 예전처럼 심각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홍콩보안법으로 미국과 정면충돌하는 상황이라 중국으로선 한국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우리나라로까지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이날 논평에서 "미중 신냉전은 한국에게 있어 지정학적 암흑시대의 도래일 수 있다"며 "최상의 전략은 현실을 직시하고 험난한 앞날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옵션(미중 간에 헤징, 가치사슬 다변화, 한국의 독자적 생존 모색 등)을 모두 점검하고 상황 악화 시나리오마다 한국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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