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시총이 매출 5배 SK이노의 2.2배..석유의 눈물
1년 새 주가 75%가량 올라
정유업체 주가는 전 세계적 약세
코로나 이후 소비 10~15% 줄어
SK이노, 배터리 분야 꾸준한 투자
메이저 업체 "석유시대 피크 지나"

삼성SDI는 지난해 10조974억원 매출에 46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5조991억원(주당 36만5000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9조8765억원의 매출(영업이익 1조2693억원)을 올려 매출액만 따지면 삼성SDI의 5배지만 시가총액은 11조3270억원(12만2500원)으로 삼성SDI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삼성SDI나 LG화학 같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주가가 강세다. 반면 정유업체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석유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다.
삼성SDI 주가가 큰 폭으로 뛰는 건 이 회사 매출의 75%가량이 배터리 관련 분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올 1분기 올린 2조3975억원의 매출 중 1조8000억원가량이 배터리 등 에너지 솔루션에서 나왔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사업과 묶어놓은 것보다 배터리 사업만 떼어내는 게 주가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말 삼성SDI 주가는 20만8500원이었다. 1년 사이 75%가량 올랐다.
석유 시대의 퇴조는 한국 만의 일이 아니다. 이달 초 글로벌 석유 메이저 중 하나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과거만큼 석유 수요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며 “석유 수요의 피크(정점)는 이미 지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전 하루 글로벌 석유 소비량은 1억 배럴에 달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적어도 10~15% 이상 소비가 줄었을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 분야에서만 하루 200만~300만 배럴의 석유류 소비가 줄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전기차 도입은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의 전기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5년에 연간 1,00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은 320GWh 수준이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중국에까지 전기차 바람이 불면서 저마다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힘을 쏟는 이유다.
정유업계 역시 이런 흐름을 모르지 않는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생산시설 정기보수 등을 통해 생산량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매출 다변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등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분야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이 단기간에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어 배터리 업계 3위에 올라선 배경에는 이런 위기감이 있다. 글로벌 주요 정유사 중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는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로 34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7위(사용량 기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업계 전반의 패권을 두고 정유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됐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없을 것 같던 사자와 호랑이가 합사를 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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