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아이, 거동 힘든 중증환자는 비대면진료 허용을"

노유진 2020. 5.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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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
소아당뇨 아들 위해 8년째 활동
"코로나 공포에도 전화처방 안돼
이런 혼란 다신 겪고 싶지 않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와 아들 정소명군. 김대표는 아들이 1형당뇨 진단을 받자 2015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 가족과 정보를 나눴다. [사진 김미영]

“만성 난치병 환자는 처방이나 간단한 진료를 받으러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해요. 지방에 사는 환자는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다니기 위해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고. 코로나19로 병원에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은 혼란과 두려움 속에 살고 있어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43) 대표의 말이다. 8년 전 당시 네 살이던 아들 정소명(12)군이 1형당뇨(소아당뇨) 진단을 받은 뒤 비대면의료(원격의료)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김 대표는 지난 21일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를 재차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비대면의료 허용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 건수가 26만건을 넘었지만, 전화 연결 자체가 쉽지 않았다”며 “환우회원 상당수는 연결이 돼도 전화처방은 안된다고 해서 결국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고 말했다.

소아당뇨로도 불리는 1형당뇨는 면역기능 이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다. 환자 수는 약 4만명. 이 중 19세 이하가 약 3000명이다. 보통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소명군이 1형당뇨 진단을 받자, 2015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 가족과 정보를 나눴다. 이 커뮤니티는 2년 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로 이름을 바꿔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환우회를 통해 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동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각종 법·제도 개정에도 앞장섰다. 그는 “인슐린 주사를 하루 8~10회 맞는 아이가 학교에 가면 화장실에서 직접 본인이 주사를 놔야 했다. 환우회에서 학교보건법 개정을 몇 년간 요구해 2017년부터 학교 보건교사가 응급시 저혈당약(글루카곤)을 투약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2018년 국내에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의료기기를 해외구매가 가능하도록 의료기기법을 개정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1형당뇨병 치료 환경 개선에 힘을 쏟은 공로로 지난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2019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 메이커’로 뽑혔다.

1형당뇨병 환자가 혈당관련 데이터를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공췌장시스템(APS)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 김미영]


삼성전자·모토로라 등에서 IT 엔지니어로 13년간 근무한 그는 해외 논문과 기사를 찾아 공부하며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면 환자 스스로 혈당 관련 데이터를 통해 자가 관리를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처음 환우회 활동을 할 때만 해도 국내엔 손끝에서 피를 내 혈당을 측정하는 인슐린펜이 자가관리 의료기기의 전부였다”며 “해외에선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자동주입기 등과 인공췌장시스템(APS) 애플리케이션 등 IT 기술을 접목해 당뇨를 관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내로 수입되지 않았던 ‘연속혈당측정기’를 다른 회원들을 대신해 들여왔다. 2017년 3월 관세청으로부터, 12월 식약처로부터 관세법과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당한 배경이다. 1년 넘게 조사를 받으며 직장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회원들이 탄원서 수백장을 올리고 변호사 단체가 무료 법률자문을 맡아줬다. SNS엔 응원댓글이 쌓였다. 이런 지지와 응원 속에, 법원은 2018년 6월 ‘혐의는 인정되나 수익 목적의 수입·사용 활동이 아니었다’며 기소유예를 선고했다.

김 대표는 “의사들이 비대면진료를 우려하는 이유는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라며 “1차 진료기관과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의료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집된 환자의 의료데이터가 의료진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의료데이터 통합시스템’이 함께 마련되면 비대면의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아이의 엄마, 환자단체 대표로서 또 다른 감염병이 왔을 때 이런 혼란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며 “모든 질환은 아니어도 1형당뇨나 고혈압같은 만성질환과 루게릭병·파킨슨병 등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에게는 비대면진료를 시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유진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연구위원
roh.you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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