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오라는데 안 갈수도 없고.. G7 미국 정상회담 제안에 고민 빠진 아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을 6월 미국 본토에서 열자고 제안하자, 일본 정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던 G7 정상회담을 “수도 워싱턴 근교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날 일정을 6월 10~12일, 혹은 이보다 더 빨리 개최하자”고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일상이) 정상화됐다는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오프라인 회담 개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재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G7 정상회의의 주최국은 미국인데 지난 3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대면 방식의 회의를 취소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대면 회의를 다시 하자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같은 트럼프의 제안에 각국 정상들의 입장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G7 정상회의를) 가능하면 직접 회담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 이후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어서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치료약과 백신 개발에 대한 협조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아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라면 두 발을 벗고서라도 미국으로 달려갔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미국에 대해 ‘입국중지권고’를 발령한 상태다. 4월부터는 미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귀국하는 일본인은 공항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자택이나 호텔에서 14일간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선 G7 정상회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대로 미국 본토에서 열릴 경우, 아베 총리는 물론 동행 외교관들까지도 귀국 후 2주간 자택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관계자는 “일본만 영상회의로 참가할 수는 없다. 조정할 것이 엄청 많다”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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