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면전 치닫는데..6월 한·일 수출규제 '국지전' 재점화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미·중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 규제에 이어 세계 시장에서 중국을 쏙 뺀 산업 체계를 구축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지만, 정작 핵심 우방인 한국과 일본이 ‘수출규제 갈등 2라운드’에 접어들며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미 상무부와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중국 IT기업 화웨이에 대해 해외 기업들이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책을 발표했다. 화웨이는 직접 반도체 생산을 못 하기 때문에 그간 대만 기업 TSCM 등이 위탁 생산한 반도체 칩을 공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만들어왔다.
이번 조치는 대만 TSCM 등 '해외 기업'이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골자다. 화웨이의 숨통을 전방위로 조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15일 성명을 통해 “화웨이는 신뢰할 수 없는 공급 업체이자 중국 공산당의 도구”라고 비난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을 훔쳐왔다”며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 파트너들의 민감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우리는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이번 제재의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은 이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오는 17~1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되는 세계보건총회(WHA)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난타전이 예상된다. 미국은 WHA에 대만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류위인(劉玉印) 주제네바 중국대표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중국의 일부인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대만은 2016년 이래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어 WHA에 참여할 정치적 기반 사라졌다. 서방 국가의 팬데믹을 구실로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미국은 올해 들어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수준을 넘어 중국과의 경제적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을 빼고 한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베트남 등과 '경제 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을 만들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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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한·일, 6월 수출규제 충돌 가능성
그런데 미국이 구상하는 공동 전선은 초반부터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번영 네트워크'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이 당장 내달 초 수출규제 문제로 한 차례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이호현 무역정책관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달 말까지 3대 품목(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과 화이트 리스트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해결 방안과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달라”며 ‘시한부 통첩’을 했다. 그다음 날(13일) 외교부도 한·일 국장급 협의를 통해 이 같은 정부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 안에서는 이번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는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15일 기자들의 질의에 “다양한 수준에서 계속 대화하겠다”고만 밝혔다.
물론 정부가 일본 측에 데드라인을 통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종료(8월)-번복(11월)’ 때도 사실상 3개월의 데드라인을 설정해 일측의 수출규제 철회를 압박했다. 막판에 미국의 다급한 중재로 파국은 막았다.
이달 말까지 일측의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복원하거나, 최악의 경우 지소미아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이럴 경우 한·일 관계는 재차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단, 지소미아와 관련해서 청와대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아직까진 “일본의 대응을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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