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우군 시민단체, 청와대 드라이브 거는 원격의료 반대 본격화
코로나19 와중 기조 바뀌어
대책위 "원격의료 추진 중단하라" 요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 일명 ‘원격의료’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자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히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참여연대, 건강과 대안 등 500여개 단체로 이뤄졌다.
대책위는 원격의료에 대해 여전히 안전·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에서 원격의료의 도입으로 결국 의료 영리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원격의료는 관련 제조업체와 통신기업, 대형병원의 ‘돈벌이 숙원’ 사업”이라며 “하지만 환자에게는 의료 수준의 향상 없이 의료비만 폭등시킬 수 있는 제도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기관 감염을 예방하려 병·의원의 비대면 전화상담을 한시적·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런 비상 상황을 빌미로 원격의료를 제도화해 재벌·기업들의 숙원사업을 허용해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이는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원격의료가 아닌 공공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이 응급의료 취약지라면서다. 대책위는 “오히려 노인과 취약계층에게 원격의료는 기술·정보 접근 장벽으로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도서벽지에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기관과 방문진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공공병상과 의료인력이 부족해 대구·경북에서 위기를 맞았던 나라다”며 “원격의료로 감염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열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목요 대화’에서 “비대면 진료 확대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도 정부의 이런 기조변화에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루 전인 13일 김연명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원격의료 등 의료 민영화·산업화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와중 정부정책의 기조가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위에는 참여연대, 건강과대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참여한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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