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보도, 혐오 부추긴 언론의 낙인찍기
[오마이뉴스 김영은 기자]
'게이클럽'은 방역 보도에 꼭 필요한 정보였을까.
논란은 <국민일보>가 지폈다. 이 신문은 지난 7일 용인 66번 확진 동선을 보도하면서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서술했다. 제목은 '[단독]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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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국민일보가 용인 66번 확진자 동선 관련 보도 캡쳐 |
| ⓒ 김영은 |
<국민일보> 이후 쏟아진 기사들
<국민일보> 보도 이후 '게이클럽'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언론들은 <용인 확진자 방문 이태원 게이클럽... "남자들, 줄 서 있었다">(한국경제), <용인 확진자 '비상'… 게이클럽→제2 신천지 우려>(머니S), <게이클럽 다닌 용인 확진자... 함께 여행한 친구도 '양성'>(뉴스1) 등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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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 66번 확진자 동선 관련 보도시 '게이클럽'을 사용한 모습들. 포털사이트 네이버 캡쳐. |
| ⓒ 김영은 |
연이은 보도로 화제가 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이태원의 한 클럽이 '게이클럽'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보도한 게 방역 관점에서 꼭 필요한 정보였는지 비판이 제기됐다.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는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게이클럽' 보도는 방역을 위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일보>가 업체명 대신 클럽의 성격을 드러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일보>가 성소수자 보도를 할 때 어떤 논조를 가졌는지 살펴보면 예상이 가능하다. <국민일보>는 기독교 계열의 언론이다.
문제는 다수 언론이 그 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보도하며 낙인을 찍은 상태에서 해당 클럽을 방문한 이들이 신속하고 투명한 진단 검사를 받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또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공개된 '아우팅'이라는 점에서 인권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언론보도, 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7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지자체가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굳이 단독취재인 양 확진자의 동선을 전시하고 아우팅하고 확진자의 기록을 중계하다시피 한 <국민일보>의 보도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혐오선동의 극단"이라며 "경쟁적으로 확진자의 정보를 노출하는 태도는 질병의 예방과 방역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확진자의 성적지향을 공개하고 질병과 아무 상관없는 정보를 캐는 데 혈안이 된 언론의 태도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 혐오에 질병에 대한 낙인을 더하는 것"이라며 "혐오를 바탕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질병을 음지화할 뿐, 예방과 방역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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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용인 66번 환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음식점과 술집 등이 밀집한 골목이 비교적 한산하다. |
| ⓒ 연합뉴스 |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지난 4월 28일 '감염병 보도준칙' 가이드를 제작·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감염병 기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감염인에 대해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은 물론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인에 대한 취재보도를 할 때 감염병 보도준칙의 준수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보도 이후 '게이클럽'이란 단어를 '유명 클럽'으로 수정했다. <국민일보> 보도가 낳은 논란을 통해 언론사가 감염자를 대하는 태도와 코로나19 관련 보도 행태가 방역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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