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원전 반토막, 그자리 신재생에너지 메꾼다..전기요금은
탈(脫)원전 로드맵이 나왔다. 현재 25기인 원자력발전소 수가 2034년 17개로 줄어든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아래로 내려간다. 원전 비중이 반 토막이 나는 셈이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0%로 올라간다.
정부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주요 논의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올해부터 2034년까지 15년간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을 어떻게 맞춰나갈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최종안은 아니다. 국회 보고,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전력정책심의회 심의 등 여러 관문이 남았다.
이날 공개된 초안의 핵심은 탈원전ㆍ탈석탄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의 유승훈 위원장(서울과기대 교수)은 “원전의 점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정책적 큰 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석탄 발전의 보다 과감한 감축 등 친환경 발전 전환을 가속화 하는 방향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초안에 따르면 올해 기준 25기인 원전 수는 2024년 26기로 정점을 찍고 2030년 18기, 2034년 17기로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노후해 수명이 다한 원전 11기는 폐지하고, 원전 신규 건설(4기)은 최소화하면서다.
이에 따라 전체 전력 설비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9.2%에서 2030년 11.7%로, 2034년 9.9%로 내려간다. 15년 동안 원전 비중은 반 토막이 나게 된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도 대폭 축소된다. 현행 56기인 석탄발전소 수는 2023년 60기를 기록한 다음 2030년 43기, 2034년 37기로 감축된다. 현재 27.1%인 석탄 발전 비중도 2034년 14.9%로 감소한다.
오염물질 배출이 석탄 발전에 비해 덜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현행 41.3GW인 LNG 발전소 설비 용량은 2034년 60.6GW로 늘어나긴 하지만 전체 전력 소비, 발전량 증가세를 따라가는 수준이다. 전체 전력 설비에서 LNG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2.3%에서 2034년 31.0%로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 15년간 절반으로 감소하는 원전ㆍ석탄 발전의 빈 자리는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논의 결과를 보면 올해 19.3GW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2034년 78.1GW로 4배 급증한다.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5.1%에서 2034년 40%로 상승한다.
이렇게 초안은 나왔지만 실행까지는 난관이 많다. 첫 관문은 원전의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까다. 앞으로 15년 후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0%로 전체 발전 설비 가운데 1위로 올라선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 바이오, 폐기물 소각, 부생가스, 연료전지, 석탄가스화복합 발전(IGCC)을 아우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연에서 나온 에너지(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나 각종 쓰레기를 재활용(바이오, 폐기물 소각, 부생가스)한 걸 재생에너지라고 한다. ‘연료→연소시켜 열 발생→전기 생산’이란 기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료→전기 발생’ 순서로 바로 가는 연료전지, 석탄에 고온ㆍ고압을 가해 가스로 만들고 이 가스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IGCC는 신에너지라고 부른다. 이 둘을 합쳐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석탄ㆍ원전에 비해 발전 단가(일정량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원료 등 비용)가 높고 대규모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태양광, 풍력, 해양 등 재생에너지는 한국 지형ㆍ기후 상황 때문에 확대, 안정적 전력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신에너지 발전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 설비 확대가 쉽지 않다.
원전 폐지 속도를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충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재생에너지, LNG 발전은 원전·석탄 발전에 비해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 비중 확대에 따라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세워야 한다. 전력사업법에 규정된 행정계획이다. 원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17년 발표된 8차에 이어 지난해 확정돼야 했다. 하지만 원전 폐지,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며 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진통 끝에 9차 계획 초안이 해를 한참 넘겨 나왔다. 탈원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8차 전력수급계획과 비교해 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한편 자문위원회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 평균 최대 전력 수요가 1.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8차 계획(1.3%) 때보다는 낮게 잡았다. 경제 성장률 둔화를 반영했다. 이 기간 발전 설비 기준 예비율은 22%로 8차 때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실제 전력 수요를 충당(78%)하고도 22% 전력이 남도록 전체 발전 설비량(100%)을 갖추겠다는 의미다. 발전소 고장이나 정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성, 수요 예측 오류, 발전소 건설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여유를 뒀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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