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화 조선대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임명

문재인 대통령 지명..역사상 시각장애인 최초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서미화 박사(조선대학교)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지난 1일 임명됐다. 시각장애인이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에 임명된 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 역사상 최초로 알려졌다.

7일 조선대에 따르면 인권위원은 국회 선출 4인,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3년이다. 서 박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다.

서 박사는 중학교 2학년 때 망막색소변색증이 발병해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전문대에 진학했지만 장애가 걸림돌이 돼 꿈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는 30대에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시력은 잃었지만 건강한 신체는 공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36세에 다시 용기를 내 목포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했다.

학사를 마친 그는 공부를 위해 여러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학생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에선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조선대 법사회대학 행정복지학부가 그의 입학을 허용했다. 조선대는 그의 학업을 돕기 위해 장애학생 지원자도 배치했다.

그는 갖은 고생 끝에 대학원 진학 8년만인 지난 2월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자립의지에 미치는 영향’(지도교수 김용섭, 공동지도교수 박희서)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어릴 적부터 숱한 어려움을 딛고 끝내 박사학위를 취득한 서미화 박사의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학업을 이어가는 중에도 전남지역에서 자신과 같은 장애여성들과 함께 활발한 인권운동을 펼쳤다. 전남 최초로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를 열었고, 전남여성장애인연대 공동대표와 전남여성장애인연대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서 박사는 지난 2010년 장애인 직능대표로 제9대 목포시의원에 당선돼 장애인 관련 제도 개선에 힘쓰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성 평등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소장,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인권위원 임명도 서 박사의 활발한 인권운동 이력이 큰 역할을 했다.

서 박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임명되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시각장애 1급인 서미화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이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된 것에 대해 50만 시각장애인과 함께 열렬히 환영한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역사상 최초로 시각장애인 위원이 임명된 것은 그간의 오랜 편견과 차별의 사슬을 끊고 우리 사회가 기회와 능력으로 장애인을 평가하는 성숙한 사회로 성장해 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