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위기 맞은 '광주형 일자리'.."현대차 손떼라" 노조 급제동

최경호 2020. 4.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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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한노총, "사업 불참"에 현대차 노조도 "반대"
"광주형일자리 성공 못해"..투자 철회 촉구
5년9개월 추진 사업..갖은 악재로 무산위기


이용섭, "결혼하고 집 나가면 어쩌나"

광주광역시에 있는 기아차 광주2공장 생산라인 모습. 오른쪽은 지난 2일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광주형 일자리’ 불참을 선언하는 모습. [뉴스1]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 첫 ‘노(勞)·사(使)·민(民)·정(政)’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일자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사업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현대차 노조까지 현대차의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지부는 21일 “광주형 일자리는 성공할 수 없다”며 광주 완성차공장에 투자한 현대차가 광주형일자리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차공장은 2014년 6월 태동한 광주형일자리의 첫 번째 사업 모델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지난 2일 한노총 광주본부와 민주노총 소속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원들이 광주형일자리 불참과 노사상생 협정서 파기를 선언했다”며 “광주형일자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현대차는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광주형일자리 추진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광주 완성차공장은 광산구 빛그린산단에 연 1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해 현대차로부터 경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7만대 위탁받아 생산하는 게 골자다.

광주시와 합작법인 측은 이를 위해 정규직 1000여명을 고용한 뒤 2021년 9월 차량 양산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대차는 완성차공장 합작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총 자본금 5754억원 중 437억원을 투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31일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이용섭(왼쪽 두번째) 광주시장, 이원희(오른쪽) 현대차 대표이사, 윤종해(왼쪽) 한국노총 광주본부의장과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현대차 노조, "광주형일자리 손 떼라"
하지만 지난해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법인출범으로 첫 단추를 끼운 사업은 최근 노동계 불참 선언과 주주들의 반발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앞서 한노총은 지난 2일 광주시와 현대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당시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정치놀음으로 전락했다”며 사업 참여중단과 노사상생발전 협약파기를 선언했다. 광주형일자리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한 한노총이 5년 9개월을 함께 추진해 온 사업에서 발을 뺀 것이다.

한노총은 또 “광주시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집과 독선, 비밀협상으로 일관했다”며 “광주형일자리가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철골 구조물. 지난달 30일 현재 공정률 8.1%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주주들은 "29일까지 복귀" 최후통첩
합작법인에 투자한 주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광주글로벌모터스에 투자한 37개 주주들은 지난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한노총의 사업 불참 선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주주들은 “오는 29일까지 노동계의 노사협정서 이행과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진행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 노조 측은 이런 한노총과 주주들의 행보를 토대로 현대차의 투자 철회를 촉구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그동안 (광주) 노동계는 노동이사제 도입과 원하청 이익공유, 광주글로벌모터스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광주글로벌모터스 주주들은 협약과 다른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최후통첩을 내놨다”고 했다.

노조는 또 “해외 공장들이 잇따라 셧다운에 들어가고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차의 유동성 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마당에 엉뚱한 곳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참에 현대차는 투자 계획을 거두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9일 광주 광산구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광주형일자리 완성차 공장 부지에서 열린 광주 노사민정협의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 당혹…"노동계 복귀" 재차 촉구
광주형일자리를 둘러싼 악재가 잇따르자 광주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한 경제단체 등이 노동계의 사업 복귀를 호소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해서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는데 자꾸 집을 나가면 어떻게 하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시장이 말한 '결혼'은 노사상생협약을, '아이'는 합작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출범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광주경영자총연합회와 광주상의 등은 21일에도 사업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나 한노총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 지역 제21대 총선 당선인들도 지난 17일과 19일 광주시, 한노총 등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했으나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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