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초, 네 출생 비밀이 의아하다
[오마이뉴스 이숙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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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3년 전부터 같이 살게 된 화초가 있다. 이름은 사랑초, 일 년 내내 꽃을 피워 기쁨을 준다. 사랑초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궁금하다. 3년 전 어느 날 관음죽 화분에 조그만 새싹이 올라왔다. 올라온 잎 색이 잡초는 아닌 듯해서 두고 보았더니 금방 자라났다. 이건 무엇인고, 씨앗을 뿌린 적도 없고, 심은 적도 없는데, 어찌 된 일일까. 지금까지도 사랑초의 출생 비밀이 의아하다.
▲ 사랑초 베란다에 피어 있는 사랑초 |
ⓒ 이숙자 |
▲ 베란다 화초 남편이 기르는 화초들 |
ⓒ 이숙자 |
남편의 취미는 화초 가꾸는 일이다. 다른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베란다 화초들과 먼저 인사를 하고 돌아본다. 남편의 그런 모습이 제일 보기 좋다. 나뭇잎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만져주고 누런 잎이 없나 보살 피면서 애정을 듬뿍 주고 있다. 사랑을 주는 만큼 식물들은 꽃을 잘 피우고 잘 자라 준다.
그냥 자라주는 건 아니다. 식물마다 특성이 다 다르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 적당히 건조한 걸 좋아하는 식물이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식물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사람도 성격이 다르듯 식물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시간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하는 식물도 있다. 언제 꽃이 피려나 하고 조급함을 보이기 보다 가만히 거리를 두고 기다리면서 바라보아야 피는 꽃도 있다.
어쩌면 사람 관계와 닮은 면이 많다. 사람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가시에 찔리듯 때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기다려 주고 바라보아 주면서 그리움을 간직할 때 진정한 우정이 오래가는 경우다. 담담히 기다리는 지혜를 꽃나무를 키우며 배운 게 된다. 격리 생활로 날마다 답답한 일상을 화초들이 자라는 것에 활기가 느껴진다.
남편은 매년 봄이면 화분 분갈이를 해주고 봄을 맞는다. 꽃마다 성질에 맞도록 물주는 날을 탁상 달력에 적어놓고 물을 주며 식물을 키우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남편이 직장을 퇴직하고 자녀들이 결혼하고 곁에서 다 떠나게 된 후 허전한 마음에 베란다에 꽃나무를 들이기 시작했다. 평소 집안에 물건을 잘 들이지 않는 성격을 지닌 남편은 꽃나무 사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 거실에 식물을 들여와 키운다 |
ⓒ 이숙자 |
▲ 거실에서 키우는 뱅갈 고무나무 |
ⓒ 이숙자 |
꽃은 식물의 삶의 정점이고 그러기에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사람은 꽃에서 생명의 근원을 확인하기에 마음이 밝아지는 이유가 된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마음이 우울할 때 식물을 키우며 마음을 다독인다.
꽃이 피고 지는 걸 보며 계절이 변하는 것을 알게 되며, 시간의 유한한 삶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시간들 너무 바쁘게 뒤돌아 볼 여유 없이 살아온 나날들, 이번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집안에서 소일거리를 더 많이 찾게 되는 것이 예전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아직도 사회적 거리가 필요한 때 남편이 키우는 식물을 보며 삶에 생기를 만끽한다.
가끔씩 예전 자유로운 일상이 그립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예전과 똑같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모든 삶에 세상의 변화만큼 변화가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오늘도 환하게 핀 사랑초를 보며 말을 걸어본다.
"너는 도대체 어디서 온 꽃이니?"
"언제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갈 거니?"
자꾸만 변해가는 세상속에 나는 어디쯤 서 있었고, 삶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지 사랑초를 보며 스스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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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 식물을 기르는 일은 정서적 안정과 삶에 생기를 얻게 되고 마음이 유연함을 느끼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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