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수 "재난생계금 단비 같아"..맞벌이 "우린 못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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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암담했는데 100만원이 어디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정부가 긴급재난생계 지원금을 확정할 거란 소식을 접한 중소기업 사업주 최 모(48) 씨. 그는 “거래처 발주가 다 끊기면서 매출이 제로지만, 그래도 7명의 직원에게 이번 달 월급으로 70%인 1인당 130만~180만원가량을 보전해줬다”며 “그만둔다고 해도 잡지도 못하겠고 미안해 죽을 지경인데, 정부가 이들에게 생계비를 일부 보전해준다면 그나마 직원들에게 ‘같이 버텨보자’고 말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은 가구에게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월급이 끊기거나 줄어든 직장인과 한계 상황에 부닥친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에선 이번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까 봐 벌써 걱정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지원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4인 가구 기준 최소 100만원 안팎은 지급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도 퍼진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단비 같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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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휴직자 이구동성 기대감
2월에 이어 3월에도 월급 일부를 못 받은 항공사에 배우자가 다니는 주부 김 모(30) 씨도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소식에 기대가 크다. 정 씨는 한창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17년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장만했다. 매월 배우자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원리금 갚는데 쏟아붓는 상황에서 두 달 연속 월급의 절반가량을 받지 못했다.
정 씨는 “아침에 꼭 한 잔씩 마시던 커피까지 끊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고 있는데, 다음 달에는 남편이 아예 휴직한다고 해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고 상황이 완전히 나아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단비 같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돈벌이가 끊겨 아르바이트를 뛰는 사람들도 정부 지원금은 생활고를 이겨내는데 약간의 보탬이 되는 돈이다. 특히 정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들은 고용지원금 대상이 아니어서 벌이가 완전히 끊겼는데도 지원을 못 받아 고통을 받아왔다.
관광업계 프리랜서 가이드 윤 모(37) 씨는 부부가 함께 동남아·호주에서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벚꽃이 피는 봄철 성수기에 바짝 번 돈으로 여름철까지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1월 중순 이후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윤 씨는 택배 배송 아르바이트에 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는 “코로나19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택배 배송에 대거 뛰어들면서, 건당 2000원이던 배송 단가가 700원으로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행·항공·유통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2월 여행 예약 취소율은 44.7%다. 2월 국내 면세점 매출(1조1025억원)도 1월 대비 45.5% 줄었고, 국적 항공사는 운항 노선의 80% 이상이 멈춰섰다. 하늘길이 끊기면서 지상 조업사나 협력 업체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생존 위기에 몰린 기업이 잇달아 유·무급 휴직과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이 분야 종사자 상당수가 월급이 끊기는 상황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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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배제되나” 맞벌이는 노심초사
반면 아이가 없는 일부 맞벌이 부부는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만약 여당 제안대로 확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70%의 국민이 지원금 혜택을 받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인 맞벌이 부부는 이번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증권사에 부부가 함께 근무하는 김 모(39) 씨는 “현 정부가 맞벌이 부부를 청약·아동수당 등 각종 정부 지원책에서 배제하면서 아직 집도 장만하지 못했고, 주가까지 폭락해 재산상 손해를 많이 봤다"며 "세금도 많이 내는데 다들 받는 생계지원금까지 못 받게 되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희철·전영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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