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빨리 받으려.."은평성모 갔었다" 거짓말 들통난 확진자
서울시 "추후 종합적으로 처벌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빨리 받기 위해 동선을 허위로 진술한 확진자가 드러났다. 3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고, 3만5000건이 넘는 검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혼자 검사를 빨리 받으려 방역 당국에 혼선을 초래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 확진자의 거짓 진술에 대한 처벌 여부를 "사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악구에 거주하고 있는 A씨(36·남)는 지난달 27일 평소처럼 지하철을 타고 강남구에 있는 회사로 오전 8시 30분쯤 출근했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그는 오전 10시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서울 은평성모병원을 다녀와 검사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은평성모병원이란 이름을 들은 진료소 의료진은 A씨의 검사를 빨리 진행했다. A씨는 선별진료소가 내민 '기초역학 조사' 서류에도 은평성모병원을 방문했다고 적었다. 심지어 "지난달 22일 오후 1시 자가용을 타고 은평성모병원에 입원한 후배를 병문안했고, 병원 외부에서 1시간을 만났다"고 진술도 했다.
A씨는 검사 등을 마친 1시간 40분 뒤 보건소를 나와 버스를 타고 회사로 돌아갔고, 곧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그날 오후 8시 아내와 함께 걸어서 집 근처 식당에서 외식하고 한 시간 뒤 집으로 돌아왔다. 의심 증상이 있어 검사까지 받았지만 A씨는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지하철을 타고 오전 8시 30분에 회사에 출근했다. 그리고 30분 뒤, A씨는 확진 판정 통보를 받았다.
A씨의 거짓말이 일파만파로 번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날(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를 포함해 총 3명이 강남구 관련 확진자였기 때문이었다. 정 구청장은 A씨가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를 기반으로 동선을 밝혔다. A씨가 '은평성모병원의 후배를 병문안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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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엔 병원 폐쇄상태라 병문안 불가능"
A씨의 거짓말에 뒤집힌 곳은 은평성모병원이었다. 은평성모병원의 한 의료진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에 "A씨의 말은 거짓"이라고 알려왔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1일로 A씨가 병문안했다고 밝힌 지난달 22일은 병원 폐쇄상태였다"며 "환자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은평성모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21일이다. 환자 이송 요원(35·남)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보건당국이 밝힌 이송 요원 접촉자는 302명었다. 뒤이어 입원환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보건당국은 이튿날 병원 응급실을 폐쇄하고 외래진료마저 접었다.
A씨가 '은평성모병원 병문안'을 언급하며 검사를 받은 지난달 27일까지 퇴원자, 요양보호사, 환자 가족 등 이 병원과 연관성이 있는 환자는 총 14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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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에서 거짓말…서울시 처벌 여부 "사후 종합 검토"
A씨가 양성 판정을 받은 뒤 2차 역학조사에 들어간 서울시는 A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평성모병원을 방문했다고 하면 빨리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알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A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은평성모병원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환자수도 14명으로 정정했다. 은평성모병원 대책반을 가동 중인 은평구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빨리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은 마음에 "대구 신천지 교회를 다녀왔다"고 속여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0대가 구속된 바 있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검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은평성모병원을 언급하면 아무래도 빨리 진료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1차 역학조사는 본인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거짓말을 걸러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A씨의 거짓 진술에 처벌 여부에 대해 "사후에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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