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오죽 못믿었으면.."생중계""회의록 공개" 요구하는 檢

김수민 2020. 2. 18. 17: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추미애 법무장관 주재로 오는 21일 열리는 전국 검사장회의가 당초 계획보다 단축된 일정으로 개최된다. 이런 가운데 일선에서는 검사장 회의를 생중계하라거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秋, 검사장회의 시간 축소‧만찬

법무부는 지난 17일 오는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전국 검사장회의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로 변경했다고 한다. 추 장관과의 오찬도 만찬 일정으로 변경됐다.

회의 주제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관련 하위법령 제정 ▶검찰 수사관행·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검찰 입장을 듣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다만 당초 회의 소집 명분이던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가 아니라 ‘분권형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주제로 채택된 만큼 사실상 논란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결정은 추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관계가 정점에 이른 만큼,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한 뒤 만찬을 하는 것이 검사장들과 소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회의 1~2일 전 세부 일정 계획안과 회의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 검찰 일선에서는…대응 논리 마련

현장의 반발 분위기는 뚜렷하다. 이미 일선 검찰청에서는 법무부가 내세우는 수사와 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 논리를 취합 중이라고 한다. 주로 검찰 내부의 수사와 기소 분리 방안이 검찰청법상 검사의 권한이나 형사소송법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와 사례, 통계 등을 수집해 반대 논거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당시 박찬호 대검 공안부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 이두봉 대검 과수부장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날 참석하는 검사장들 중에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 학살’인사로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검사장들도 다수라 작심 발언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런만큼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도맡다 제주지검으로 발령난 박찬호 지검장과 윤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에서 1차장으로 호흡을 맞추고 대검에서 과학수사부장으로 몸담았던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의 참석 여부와 발언 내용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회의록 공개하라” 불신 뚜렷

검사들 사이에서는 “생중계 하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회의 과정이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되면 수사‧기소가 함께 가야한다는 검찰 입장이 보다 자세히 설명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또 법무부 장관 앞에서 예의를 차리느라 완곡하게 반대하는 것을 아전인수격으로 '찬성'으로 해석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의록이 다 공개돼야 (법무부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3월 9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 나선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법무부는 날것의 협의 과정이 공개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특히 언론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관계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생중계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의 경우 언쟁이 격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는 말이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달돼 논란이 인 바 있다.


법무부 수사‧기소 분리…왜?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같은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가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권력에 대한 현실 인식이 법무부와 검찰의 간극이 큰 데서 갈등의 원인이 비롯됐다고 짚는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통과 등으로 오‧남용은커녕 제대로 행사하기도 어려울 만큼 이미 검찰권이 축소됐다는 토로가 많다. 한 현직 검사는 “현 정권을 겨눈 수사 이후 개혁 대상으로 검찰만 오르내리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현장의 사기가 저하됐다”고 전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