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타워 디자인 저작권자 유동룡..12년만에 명예 되찾았다

김정석 2020. 2. 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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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과 흡사한 타워 세워져 논란
17일 현판식..장녀 "바로잡아 다행"
경주타워. [사진 경북도]

“아버지는 완공된 경주타워의 모습을 보고 화를 많이 내셨습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셨죠. 지금이라도 지난날의 잘못된 과거가 바로잡혀 다행입니다.”

경북 경주시 천군동 경주세계문공화엑스포공원 안에는 특이한 모양의 건물 하나가 서 있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실제높이 82m(아파트 30층 높이)로 재현해 음각으로 새겨놓은 경주타워다. 17일 오후 경주타워 앞에 선 고(故) 유동룡(1937~2011·예명 이타미 준) 선생의 장녀 유이화 ITM건축사무소 소장은 “지난날의 잘못된 과거가 바로잡혔다”고 했다. 무슨 말일까.

이날은 경주타워 앞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유 선생의 업적을 기록한 현판을 거는 행사가 열렸다. 가로 1.2m, 세로 2.4m 크기의 현판에는 유 선생의 각종 수상 기록과 대표작이 기록됐다. 경주타워 앞에 세워진 현판의 의미를 찾으려면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이하 엑스포)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 건축물 설계 공모전’을 진행한 때다. 이 공모전에 유 선생은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라는 이름으로 경주타워 설계안을 출품한다. 결과는 전체 2위인 우수상.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3년이 지난 2007년 8월. 유 선생의 제자 한 명이 완공된 경주타워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유 선생이 출품한 설계안과 매우 흡사한 모습으로 경주타워가 세워지면서다.

17일 경주타워 유동룡 선생 현판식에 이철우 경북지사와 유 선생의 장녀 유이화 ITM건축사무소장, 주낙영 경주시장(왼쪽부터)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엑스포 측은 공모전 1위 당선작을 토대로 경주타워 디자인을 추진했지만 5번의 설계심의위원회를 거친 결과는 첨성대를 상징화한 당선작과는 차이가 컸다.

유 선생 측은 2007년 10월 공모전에서 당선된 건축사무소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2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났다. 이듬해인 2009년 6월 엑스포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항소심까지 가서 손해배상 판결이 났고, 2011년 7월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하면서 엑스포는 유 선생 측에 4200여만원을 배상했다.

유동룡

유 선생은 확정 판결 한 달 전인 2011년 6월 세상을 떠나 자신의 명예가 회복되는 순간을 지켜보지 못했다.

엑스포는 판결 이후 경주타워 우측 바닥에 유 선생이 경주타워 설계를 했다는 내용의 표지석을 설치했다. 하지만 표지석이 눈에 잘 띄지 않고 표면이 심하게 닳아 유 선생 유가족이 지난해 9월 성명표시 재설치 소송을 제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저작권 인정과 적극적인 수정 조치 등을 지시하면서 소송은 취하됐다.

이 지사는 “엑스포가 문화예술인의 저작권 보호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지적재산을 침해하는 일을 해 매우 유감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유 선생의 명예회복은 물론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포도 유 선생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타계 10주기를 맞는 내년에 특별 헌정 미술전 등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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