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대사관]해리스가 흔들었다..'하비브 하우스'의 칵테일 서프라이즈

전수진 2020. 2.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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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여러분을 관저로 초대합니다.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관저 정원을 소개 중인 해리스 대사. 우상조 기자


한국 땅인데 한국인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 주한 외국대사관과 대사 가족의 주거지인 관저입니다.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이 여러분을 대사관 안으로 모십니다. 일명 ‘시크릿 대사관.’ 중앙일보 독자들을 위해 각국 대사들이 기꺼이 관저 문을 엽니다. 주한 외국대사들의 집들이, 함께 가시죠.

서울 미대사관저 앞의 주한미대사 해리 해리스가 키우던 고양이 무덤. 우상조 기자


첫 회는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저입니다. 대한민국 영토의 수많은 외국 공관 중에서도 항상 초미의 관심을 받는 곳이죠. 이곳의 두꺼운 철문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1일 오후 중앙일보 독자들을 위해 활짝 열었습니다. 관저 구석구석, 해리스 대사와 함께 보시겠습니다.


한옥 스타일+미국 자재, ‘미스터 션샤인’에 영감

주한미국대사관저엔 별칭이 있습니다. ‘하비브 하우스(Habib House).’ 1971~74년 한국대사를 지낸 필립 하비브 대사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이분이 누구냐, 현 관저를 한국 전통식으로 짓되 미국 자재를 섞어 건축하자는 비전을 제시한 분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하비브 대사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하네요. 해리스 대사는 중앙일보에 “하비브 하우스는 강력한 한ㆍ미 동맹의 상징”이라며 “올 한해 동안 기념행사를 이어갈 것이고 이번 인터뷰가 첫 신호탄”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규하(왼쪽) 당시 국무총리를 예방하고 있는 필립 하비브 당시 미 국무부 차관. 사진 촬영의 정확한 시점은 불명확하다. [중앙포토]


하비브 하우스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쉽진 않습니다. 지난해 일부 단체의 ‘월담 사건’ 기억하시죠. 그 후 경계가 부쩍 강화됐습니다. 사전등록한 취재 차량이 정문에 다가서자 경계 중이던 경찰 병력이 가로막더군요. 관저 경호 담당이 나와 신분증 검사를 하고, 폭탄탐지기로 보이는 기다란 검은 막대기로 차량을 쓱 훑고 난 뒤에야 오케이 사인이 났습니다.


육중한 철문을 지나면 낮은 언덕이 나옵니다. 언덕 끝에 한옥 스타일의 관저가 나오는데요, 실제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죠. 석조 해태상 두 개가 서서 관저를 사이좋게 지키고 있고, 문엔 ‘브루니 브래들리 & 해리 해리스’라는 문패가 걸려 있습니다. 부인 브루니 여사의 이름을 먼저 적어놓은 센스가 돋보입니다. 관저 마당엔 아끼던 반려묘 ‘인트레피드(Intrepid, 항공모함에서 따온 이름)’의 묘도 정성껏 만들어놓았더군요. 자,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실까요?

미국 대사관저 정문의 문패. 부인 브루니 브래들리 여사의 이름이 먼저다. 우상조 기자



짜파구리 축하 세리머니 뒷얘기

들어가면 응접실이 나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선물했다는 친필 ‘한미친선평등호조(韓美親善平等互助)’ 액자와 한자 ‘평안할 녕(寧)’을 모티브로 한 장식에 눈이 갑니다. 곧 등장한 해리스 대사, “환영한다”면서 악수 대신 주먹을 내밀더군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주먹 인사(fist bump)’를 한 거였습니다.

지난 11일 미국 대사관저 곳곳엔 손 세정제가 놓여있었다. 우상조 기자


해리스 대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나부터도 손을 자주 더 오래 씻는다”면서도 “그래도 패닉은 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죠. 대사관 곳곳에도 손 세정제가 놓여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가 바꾼 관저 풍경이죠.

응접실에서 인터뷰 중인 해리스 대사. 옆에 코카콜라와 커피가 담긴 FBI 컵이 놓여있다. 우상조 기자


해리스 대사는 우선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축하했습니다. 인터뷰 전날이었던 시상식 당일, 해리스 대사는 영화 속 짜파구리를 직접 만들어 먹은 인증샷을 트윗해 화제를 모았죠. 해리스 대사는 “진정 쿨하고 멋진 영화”라며 “한국어로 된 영화가 각본상 등을 받은 건 최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습니다.

해리스 대사가 아카데미 시상식 날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해리스 대사는 짜파구리뿐 아니라 잡채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2020년 새해 결심이라면서 올린 목표 중엔 ‘잡채 만들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잡채는 언제 만드실 거냐” 물었죠. “아직 안 만들긴 했는데, 짜파구리 만들었으니 잡채도 만든 셈 치면 안 될까요”라고 농담 섞인 답변을 하더군요.

새해 결심 얘기가 나온 김에, 혹시 콧수염을 자를 계획은 없는지도 물어봤습니다. 일각에서 “조선 총독을 연상시킨다”고 하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자를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미 태평양사령관 등 군 경력을 마무리하고 한국 대사로 부임하면서 변화를 주기 위해 콧수염을 기른 것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서재엔 文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

해리스 대사는 이날 약 1시간에 걸쳐 관저 구석구석을 안내했습니다. 이례적이죠. 왜일까요? 관저 곳곳에 한ㆍ미 동맹의 역사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대사와의 개인적 인연도 있습니다. 대사의 고향이 미국 테네시인데, 한옥 스타일 관저의 기둥을 지으며 테네시산 목재를 가져다 썼다고 하네요.

해리스 대사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한ㆍ미 동맹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하비브 하우스가 갖는 의미는 뭘까”라고요. 바로 부정하더군요. “그런 표현(도전에 직면)까진 쓰지 않겠다”며 “어떤 동맹이든 이슈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한ㆍ미 동맹에도 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하비브 대사와 같은 비전을 갖춘 리더들이 존재해왔으며, 또 하비브 하우스가 동맹의 굳건한 상징이 돼왔다”고 강조했죠.

해리스 대사가 “내가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라고 표현한 서재 격의 방엔 한ㆍ미관계 및 북한에 관련한 책들이 빼곡했는데, 그 옆에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 액자가 놓여있었습니다.

해리스 대사가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안동소주를 섞은 그만의 제조법이다. 우상조 기자


미국대사가 직접 ‘쉐킷쉐킷’ 한ㆍ미동맹 칵테일, 그 맛은?

해리스 대사가 유독 사랑하는 한국의 상징이 있으니, 안동 하회탈과 안동소주입니다. 다른 방에 들어가니 아예 벽 하나가 대사의 하회탈 컬렉션으로 빼곡하더군요. 그 옆엔 대사의 개인 위스키 및 안동소주 컬렉션 장식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해리스 대사는 깜짝 이벤트도 선보였는데요, 직접 만든 칵테일을 제조해준 겁니다. 이름하여 ‘맨해튼 강남스타일’. 해리스 대사는 “아버지가 테네시에서 보내주신 위스키”라며 라이(ryeㆍ호밀) 위스키를 먼저 쉐이커에 넣었고, 각종 재료를 섞었죠. 그리곤 “이제 비밀 재료가 들어간다”며 하회탈 모양 병에 담긴 안동소주를 보여주더군요. 그리곤 힘껏 ‘쉐킷쉐킷.’


끝이 아닙니다. 가니쉬로 맨해튼 칵테일의 기본인 체리도 들어가고, 한국산 매실 절임을 반으로 잘라 넣더군요. 강렬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해리스 대사 표 칵테일’로 판매해도 되겠다 싶더군요. 사실 해리스 대사는 ‘마포 뮬’ 등 일반 칵테일에 한국 색채를 더한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 자신의 트위터에도 올린 바 있죠. 한·미 콜라보 칵테일인 셈이네요. 그 특유의 개성적인 공공외교 방식입니다.


미국관저 한복판에 신라시대 포석정

주한 미국대사의 하루는 바쁩니다. 일과를 마치고 맨해튼 강남스타일 한 잔을 하며 숨을 돌리고 싶을 때 해리스 대사는 어디를 갈까요? 그는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며 응접실 바로 옆 관저 중정(中庭)으로 안내했습니다. 문을 살짝 열고 나가니, 신라시대 포석정을 본 뜬 연못 정원이 나오네요. 해리스 대사는 “날이 풀리면 포석정 연못에 잉어도 노닌다”며 “신라시대 포석정에서 소주를 즐긴 귀족의 풍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한ㆍ미 동맹에 대한 해리스 대사의 애정을 보여주는 그림이 한 점 또 있습니다. 관저 정문 바로 들어오자마자 볼 수 있죠. 사실 관저 안에는 40점이 넘는 예술작품이 있는데, 그중 해리스 대사가 직접 화가에게 주문한 그림이라고 하네요. 잉어들이 연못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유화입니다. 해리스 대사의 안내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성조기와 태극기가 있더군요.

해리스 대사가 한국에 부임하며 가져온 그림. 성조기와 태극기가 숨어있는데, 잘 찾아보시길. 우상조 기자


해리스 대사는 “(한ㆍ미 동맹의 상징적 구호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에서 영감을 얻어 ‘같이 수영합시다(We swim together)’라고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리스 대사가 해군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대사 부부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을 법하죠.

사실 관저를 다녀보니 해리스 대사의 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더군요. 군 관련 빈티지 포스터가 다수 걸려있었습니다. 해군 출신인 부인 브루니 여사에게 선물한 빈티지 포스터도 있었는데요, 해리스 대사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내 와이프가 여기 포스터에 있는 모델과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이런이런, 사랑꾼 면모 어필한 거, 맞죠?


북한이 미국 대사관저를 지켜준 적이 있다?!

이 유화 바로 맞은 편에는 역사적 사진이 한장 걸려있습니다. 미군 병사 한 명이 관저의 지붕에 올라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죠. 해리스 대사는 “(6ㆍ25 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서울 수복 직전에 북한군이 잠시 미국 관저를 점거한 적이 있다”며 “수복 후 관저를 되찾은 미국이 성조기를 관저에 다시 게양하고 있는 사진이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지휘로 한ㆍ미 연합군이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하고 서울을 수복하면서 미 대사관저도 되찾고 난 직후라고 하네요.

미국 대사관저는 6ㆍ25 당시 잠시 북한 군의 손에 넘어가기도 했다. 1950년 9월 미군이 관저를 되찾고 성조기를 다시 꽂고 있는 사진에 대해 해리스 대사가 설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흥미로운 점은 북한군이 미 대사관저를 점거하면서 건물 내의 시설 및 가구, 자료 들을 훼손 및 강탈하는 대신 잘 보존했다는 것이죠. 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에 하나 서울 답방을 한다면 하비브 하우스에도 들러보면 어떨까요.

해리스 대사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족적을 남기고 싶은지”에 대해서요. 인터뷰를 마무리한 그의 답은 이랬습니다.

“나와 (부인) 브루니는 운이 좋게도 이 관저를 잠시 빌려서 살고 있는 것뿐이죠. 이곳은 한ㆍ미 동맹의 강력한 상징인 곳입니다. 동맹을 위한 우리의 뜻이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전수진ㆍ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영상=강대석·정수경·이경은 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 재미로 풀어보는 오늘의 퀴즈
해리스 대사의 안내로 둘러본 미국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어떠셨나요?
퀴즈로 하비브 하우스 상식을 뽐내보세요~
Q1 :해리스 대사는 반려묘의 ‘집사(고양이를 기르는 이들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죠. 아끼던 반려묘 중 한 마리가 유명을 달리했는데요. 그 고양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Q2 :미국 대사관저의 별칭은 OOO 하우스인데요, 여기 들어갈 역대 주한미국대사 이름은 뭘까요?
Q3 :해리스 대사가 직접 만든 위스키와 안동소주의 콜라보 칵테일, 이름이 뭘까요?
-정답확인 : https://news.joins.com/article/olink/2330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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