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전쟁] "도매업체는 '무조건 없다'고만 해요"..마스크 못 구하는 약사들

편광현 2020. 2. 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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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인 9일, 약국에서 방역 마스크를 구매하는 건 간단치 않았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당번약국(휴일에 일하는 약국)의 약사는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에게 “방역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아 물량이 다 떨어졌다. 아쉬운 대로 방한용 마스크라도 사용하라”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이어갔다. 면으로 된 일반 방한용 마스크를 확인한 손님들은 곧장 발길을 돌렸다.

당번약국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한 50대 손님은 문을 닫은 약국의 유리창 앞에 한참 동안 서 있기도 했다. 그는 “마스크를 사러 왔는데 약국이 문을 닫았는지 몰랐다. 다른 약국을 찾아봐야겠다”고 했다.

동작구에 위치한 당번약국들은 사정이 조금 나았다. 노량진역 근처의 한 약국에선 KF94 방역 마스크는 품절이었지만 의료진용으로 사용되는 N95 3D 마스크는 구할 수 있었다. 약사 최모씨는 “그나마 여긴 중국인들이 많이 살지 않아 사재기가 크지 않다. 들리는 말로는 심한 곳은 한 번에 1만개씩 구매를 원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만 해당 마스크 1개당 가격이 4000원이라 구매를 주저하는 손님이 많았다. 1시간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마스크 판매 여부를 물어본 손님은 30여명 정도 됐지만 구매한 이는 5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6일 마포구 공덕동의 약국. 보건용 마스크가 다 팔리고 마스크 매대에 어린이용 마스크만 남아있다. 석경민 기자


이처럼 마스크 품귀 현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건 지난 3일부터였다. 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우려가 확산되고 언론에서 방역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보도가 나온 후 찾는 이가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일부 약국에선 1인당 마스크 구매 개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오후 1시 공덕동의 한 약국 진열장에 남아있던 5개의 미세먼지용 마스크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한 손님이 남은 마스크 3개를 한 번에 사려 하자 약사는 “죄송하지만 재고가 없어 하나씩만 사 달라”고 말했다. 5분 뒤 마스크를 구매하러 들어온 손님은 다른 약국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약사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도매몰. 모든 보건용 마스크가 품절 상태다. 석경민 기자


다른 약국들 상황도 비슷했다. 인근에서 만난 약사들은 대부분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약국을 운영 중인 김주현(38)씨는 "도매업체에서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무조건 없다고 한다"며 "몇 번이나 주문했지만 살 수 없어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약사 윤중기(77)씨도 "마스크는 하루에 50개 정도 간신히 들어온다. 그래도 우리는 50년이 넘어 구해주는 도매업체가 있어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다"며 "이 물량도 하루도 채 가지 않아 다 팔린다"고 전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에 약사들 "이런 적 처음"
대부분 약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마스크 품귀현상에 대해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마포구 공덕동에서 일하는 한 약사는 "메르스 때도 마스크 구매 열풍이 있었지만 지금이랑은 비교할 수도 없다"며 "인터넷 도매몰에도 모두 품절”이라고 했다.

동네 약국이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약사들이 대부분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마트는 대기업의 구매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약국은 개인사업자다 보니 개별적으로 사야 해 구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서 억대 현금을 가져와서 구매했다는 소문도 있지 않았냐”며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일부 약국들이 마스크를 구비해두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우려한 대한약사회는 지난 4일 마스크를 공급하는 제약업체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용품 공급 대책’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약국 대부분 개인사업자, 편의점보다 구매력 떨어져
"왜 약국에 마스크가 없냐"고 묻는 일부 고객들도 있지만 약국 입장에서도 답답한 상황이다. 약사 윤중기(77)씨는 "물량이 없어 매점매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했다. 마포구 공덕동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우리도 하나라도 더 제공하고 싶다. 있으면 당연히 판매하는데 우리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지적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일 자정부터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사재기(매점매석)하는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할 경우를 매점매석 행위로 본다.

지난 4일 낮, 종로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다 떨어졌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중앙포토]


대한약사회는 "약국도 단속 대상에 포함돼있는데 대부분 사재기는 온라인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아직도 마스크 하면 약국을 떠올리는 시민들이 많다"며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통해 시민들과 밀접한 동네약국에도 안정적인 마스크 공급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석경민·편광현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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