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본 기자의 생생 과학사]세종시절 과학업적은 장영실만의 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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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재위 1418~1450)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大護軍)이 된 천재 과학기술인 장영실. 두 사람은 20년간 꿈을 함께하며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드는 등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다. 하지만 임금이 타는 가마인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장영실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최근 흥행몰이 중인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영화의 줄거리다.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은 '15세기 과학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세종 임금'이라는 논문에서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언어학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과학기술을 공부하고 자연과학·산업기술을 발전시킨 조선시대 대표적인 과학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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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자신은 과학기술 기획·설계자로
장영실공 크지만 관노출신이라 부각
당시 기라성 같은 과학인 대거 포진
세종대왕 시절 우리나라의 과학 수준은 세계적이었다. 일본에서 지난 1983년 발간된 ‘과학사기술사사전(科學史技術史事典)’ 연표에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업적이 정리돼 있다. 조선의 과학기술은 ‘석빙고→세종실록지리지→농사직설→신찬팔도지리지·향약채취월령→향약집성방·혼천의→대간의대·자격루·갑인자→앙부일구→측우기·수표→칠정산 내외편→훈민정음 28자→철제화포→의방유취·제가역상법’ 등 스물한 가지에 달한다. 천체관측 등 과학기술 최강국이던 명나라는 4개, 일본은 1개에 불과했고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르네상스가 일어나던 유럽과 수학 등 과학문명이 뛰어났던 아라비아는 둘을 합쳐 스무 가지가 올라 있다. 물론 연표 숫자로만 과학기술력을 따질 수 없지만 당시 과학 올림픽이 있었다면 조선이 1위를 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당시 달성한 과학기술 업적은 주로 장영실만의 공일까.
장영실은 세종의 명을 받고 중국 북경에서 물시계(자격루)와 천체관측기구(혼천의) 등을 탐문한 뒤 더 뛰어나면서도 독창적인 자격루와 혼천의 등을 개발했다. 자격루는 3개의 항아리를 거친 물의 힘으로 구슬을 구르게 해 12간지 인형이 종을 치고 징과 북을 울리는 최첨단 물시계였다. 세종이 잠든 여주 영릉에 전시된 해시계(앙부일구), 혼천의, 지구와 별의 관계로 시간을 알 수 있는 일성정시의 등 당시 과학기술 문명에서 그는 주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원나라 말 귀화한 기술자 아버지와 관기 출신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노비 출신으로 대호군까지 올랐다가 갑자기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극적인 요소로 인해 당시의 대표 과학자로 이미지가 굳어진 측면도 있다. 실제 장영실과 함께 이천과 이순지 등 뛰어난 과학기술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에는 공학(이천·장영실·박자청 등), 천문역산학(이순지·정인지·정초·정흠지·김단·김돈·김빈 등), 의학(노중례·황자후 등), 지리학(정척·변계량·맹사성·권진·윤회·신장 등) 등 출중한 과학기술인이 대거 포진했다. 이 중 무인출신인 이천은 공조참판으로 금속활자 개량에 나서 당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인 갑인자(甲寅字)까지 개발하고 혼천의와 간의대(천문대), 앙부일구(해시계) 개발, 저울 개량, 도성 건축술, 전함과 화포 개량, 악기 개발까지 참여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였다. 과학철학자인 문중양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당시 최고 과학자로 이순지·이천·정인지를 꼽는다.
세종 자신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선정하는 국립과천과학관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는 과학기술인이다. 그는 찬란한 과학기술 문명의 기획·설계자였고 과학기술인들을 아울러 시너지를 낸 지도자였다.
신동원 전북대 한국과학기술문명학연구소장은 “세종은 스스로 과학기술을 공부하고 수많은 과학 인재를 키우며 과학기술 리더십을 발휘했고 과학문명의 꽃을 피웠다”고 분석했다.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은 ‘15세기 과학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세종 임금’이라는 논문에서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언어학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과학기술을 공부하고 자연과학·산업기술을 발전시킨 조선시대 대표적인 과학자”라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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