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평점에 목매는 자영업-배달앱 악플·조작 난무..'리뷰공화국'의 그늘
“라이더가 고객에게 욕을 했다며 별점 한 개만 줬더군요. 배달 대행 업체에 연락해보니 라이더 얘기는 전혀 달랐어요. ‘고객이 전화하면 내려오겠다고 해놓고 전화를 7~8통을 해도 안 받더라. 다른 음식도 빨리 갖다줘야 돼서 애가 탔다. 뒤늦게 내려오길래 “음식을 시켰으면 전화를 받으셔야죠”라고 한마디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음식을 휙 낚아채 갔다’고 하더군요. 결국 해당 리뷰(review·후기)는 지나친 악성 리뷰로 판단돼 배달앱에 의해 삭제됐습니다.”
“본인이 파워블로거에 인기 유튜버라며 양을 많이 달라기에 정량보다 많이 드렸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관련 후기는 없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무런 SNS 활동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점주들의 전언이다.
자영업자 사이에 배달앱의 비싼 수수료와 함께 ‘배달앱 리뷰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리뷰가 가게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악용, ‘평점 테러’와 악성 리뷰를 미끼로 점주를 겁박하거나 경쟁 가게가 일부러 악플을 남기는 경우가 적잖아서다. 배달앱의 일방적인 평가 시스템 탓에 점주는 댓글로 해명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대응 수단이 없어 남몰래 속앓이를 한다. 조금이라도 평점을 높이고 악플을 막기 위해 ‘리뷰를 달면 음료수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이벤트로 선플(긍정적인 리뷰)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여기에도 추가 비용이 들고 리뷰 기능이 왜곡돼 결국 가격 인상, 역선택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고객이 남긴 리뷰의 유용성을 다른 고객들도 평가하거나, 고객의 주문 매너를 점주도 상호 평가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방적 악성 리뷰 기승
▷서비스 안 줬다고 평점 테러…리뷰어가 ‘갑’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각종 플랫폼 서비스에는 어김없이 리뷰 게시판이 있다. 업체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으로서는 이전 고객이 남긴 평점과 후기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고객이 객관적으로만 평가한다면 다른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업체의 품질 향상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많다.
문제는 갈수록 리뷰의 영향력이 커지며 리뷰가 ‘권력화’되고 있다는 것. 앞의 사례처럼 리뷰를 미끼로 부당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보복성 악플을 남기는 경우가 적잖다. 차라리 리뷰가 안 달리면 좋겠다는 리뷰 공포증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런 자영업자 심리를 활용, 돈을 받고 조작된 선플을 달아주는 리뷰 대행 업체도 성행한다.
배달앱도 리뷰관리에 적극 나서고는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0년 서비스 시작 이후 2019년 4월까지 총 6만2000건의 불법 리뷰를 삭제했다. 리뷰 조작 형태는 타인 개인정보로 다수의 ID를 만들어 리뷰를 올리는 경우(리뷰 대행 업체 포함), 업주들끼리 돌아가며 ‘리뷰 품앗이’를 하는 경우, 자기 업소에 허위 주문을 발생시켜 거짓 리뷰를 다는 경우 등 다양하다. 요기요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개발한 AI 기술을 적용, 허위 포토 리뷰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모델을 개발했다.
그러나 월 배달앱 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단속만으로는 악성 리뷰를 걸러내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배달의민족은 향후 평점과 리뷰를 잣대로 업소를 상단에 노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리뷰의 권력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지금까지는 돈을 많이 낸 업소가 상단에 중복 노출됐다면, 앞으로는 이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업소가 상단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악성 리뷰 막으려면
▷리뷰도 평가받는 상호·공동 평가 시스템 절실
해법은 없을까. 업계에서는 블랙컨슈머나 악성 리뷰를 막기 위해 고객만이 업소를 평가하는 일방적인 리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배달앱을 제외한 상당수 플랫폼은 서비스 제공자도 고객의 매너를 평가하거나 다른 이용자들이 리뷰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상호·공동 평가 시스템을 운영한다.
쿠팡이 대표적인 예다. 쿠팡은 고객이 남긴 리뷰에 대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이 상품평이 도움 됐나요?”라고 묻고 ‘도움이 돼요’ ‘도움 안 돼요’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도움 되는 평가를 많이 남긴 우수 리뷰어는 쿠팡이 점수와 랭킹을 매기고 상위권 TOP 리뷰어에게는 무료 상품 또는 쿠팡 체험단 초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리뷰 항목도 음식이면 ‘맛 만족도’ ‘향 만족도’, 샴푸면 ‘두피 타입’ ‘거품력’ 등 세분화돼 있어 리뷰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유도한다. 이용자가 그간 남긴 리뷰 건수와 이력, ‘도움이 돼요’를 받은 횟수도 공개해 우수 리뷰어인지, 단순 악플러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쿠팡 관계자는 “자신이 남긴 리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평가받는 자체가 이용자로 하여금 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리뷰를 작성하도록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 우수 리뷰어는 각종 혜택을 제공받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이미 호감을 사는 좋은 경험이므로 그 자체로 보상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숙소 운영자)와 게스트(숙박객)가 서로를 평가한다. 둘 다 평가가 완료돼야 서로의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상호 블라인드 평가’ 시스템이다. 누적된 평가 결과는 모두에게 공개된다. 호스트는 물론, 게스트도 평가가 좋지 않으면 다음 숙소를 예약할 때 호스트에게 거부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된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에어비앤비는 사용자 리뷰 작성률이 75%에 달해 업계 최고 수준이다. 플랫폼 운영의 핵심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간 신뢰라고 판단, 창업 초기부터 공정한 리뷰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리뷰를 구체적으로 쓰는 문화가 정착된 것도 중요한 요소다. 구체적으로 쓰면 거짓말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타다와 카카오택시도 기사와 승객이 서로를 평가한다. 타다의 경우 택시가 도착했는데도 승객이 연락없이 10분간 탑승하지 않거나 중간에 다른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 경우 등이 반복되면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도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승객에게 타다 영구 이용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타다 관계자는 “상호 리뷰 시스템의 목적은 서비스 품질과 이용 매너의 자정 작용이다. 기사나 승객 평점이 안 좋으면 서로 배차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카카오택시도 기사와 승객이 서로 불만을 느끼면 단 한 번만 탑승해도 ‘이 기사(승객) 다시 만나지 않기’ 기능을 통해 차단할 수 있다. 단, 보복을 우려해 상호 평가 결과는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고 일정 기간 평균 점수만 보여준다. 카카오택시 관계자는 “평가 결과는 본인만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평점이 낮으면 신경을 쓰게 돼 자정 효과는 분명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리뷰문화 개선을 위해 배달앱 리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그간 일부 소비자들이 인플루언서임을 내세워 부당한 요구를 해와도 자영업자는 대응 수단이 없었다. 반대로 일부 업체가 리뷰 시스템을 악용해 자신의 가게를 본래 가치보다 과대평가받는 문제도 있다. 배달앱 등 외식업에도 공동 또는 상호 교차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악의적인 리뷰를 막고 건전한 리뷰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리뷰는 법적인 처벌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41호 (2020.1.8~202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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