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최고 시청률 행진.. '아시아쿼터 불필요' 입증하나

김영국 입력 2019. 12. 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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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비중 크게 줄고, 팀 전력 격차 불구.. V리그 사상 첫 '남자부 추월'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여자배구 '만원 관중' 열기... 2019-2020시즌 V리그 경기 모습
ⓒ 박진철 기자
 
올 시즌 프로배구 '상반기 시청률' 부문에서 V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여자배구가 남자배구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9-2020시즌 V리그 상반기(1~3라운드) TV 시청률과 관중수 집계 자료를 배포했다. 시청률과 관중수는 리그 인기와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관중수는 남자배구와 여자배구 모두 지난 시즌보다 증가했다. 상반기 '경기당 평균 관중수'에서 남자배구는 지난 시즌 2192명에서 올 시즌 2285명으로 4.2% 증가했다. 여자배구도 지난 시즌 2286명에서 올 시즌 230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시청률에서는 뚜렷한 특징이 발생했다. 상반기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에서 여자배구가 지난 시즌보다 대폭 상승했다. 지난 시즌 상반기는 0.8%였고, 올 시즌 상반기는 1.07%로 집계됐다. 상승률로 보면, 33.7%나 폭등했다. 그러면서 평균 시청률이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대를 돌파했다.

반면, 남자배구는 지난 시즌 상반기 1.03%에서 올 시즌 상반기는 0.88%로 나타났다. 지난 시즌 대비 14.5% 하락했다.

결국 V리그 출범 사상 최초로 상반기 평균 시청률에서 여자배구가 남자배구를 추월했다. 지난 시즌도 여자배구 인기 상승세는 후반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 시즌은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었고, 갈수록 상승세도 커지고 있다(관련 기사 : 여자배구 시청률, '초강세 조짐'... 프로야구도 두렵지 않다).

프로구단들 '아시아쿼터 집착' 왜?

여자배구의 인기 급등세는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남자배구 프로구단'들이 중심이 돼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제가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더욱 미약하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 프로구단 단장들이 참석하는 KOVO 이사회는 지난 19일 아시아쿼터제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구단들의 반대와 비난 여론 등으로 결정을 하지 못했다. KOVO는 언론에 배포한 이사회 결과 자료를 통해 "아시아쿼터제 안건은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쿼터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외국인 선수를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을 통해서 아시아 이외 국가 출신 외국인 선수 1명을 뽑고, 추가로 아시아권 선수 중 외국인 선수를 1명 더 뽑겠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각 팀마다 주전급 국내 선수 1명은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선수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선수의 입지 축소와 국제대회 경쟁력 하락이라는 우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프로구단들이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려는 핵심 목적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주전급 외국인 선수를 늘려서 상하위 팀의 전력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상하위 팀의 전력 격차가 커지면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또 하나는 외국인 선수를 늘려서 국내 선수 연봉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프로구단들이 국내 핵심 선수들의 '연봉 인플레' 요인으로 꼽는 이유가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격차'다. 때문에 대어급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연봉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시아쿼터제로 주전급 선수의 공급을 늘리고 희소성을 떨어뜨려 국내 선수의 연봉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배경에 깔려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작은 이익을 쫓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시아쿼터 도입 이유와 '정반대 상황'에서 인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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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실제로 최근 V리그 인기 상승은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주장하는 프로구단들이 내세운 논리와 정반대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남자배구엔 16연패 팀이 있었다. 여자배구는 더 심각했다. 19연패 1팀, 11연패 1팀으로 6개 팀 중 2팀이나 장기간 연패를 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상하위 팀의 성적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여자배구는 외국인 선수가 부상, 태업 등으로 대폭 교체되면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크게 즐어들었다. 반면, 국내 주전 선수가 리그 성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TV 시청률에서 V리그 사상 최고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쿼터제 도입 시도에 대해 현재 선수와 배구계는 물론, 팬들까지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비판하고 있다. 프로구단들이 당장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국내 스타를 고사시키고, 국제대회 경쟁력도 떨어뜨리고, 결국 V리그 인기마저 추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겨울철 경쟁 종목인 프로농구는 그런 부작용의 여파로 수 년째 인기 하락이라는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 프로농구는 지금 아예 외국인 선수를 2명에서 1명 출전으로 바꿔버렸다.

한 학교 배구팀 감독은 "국내 주전급 선수가 부족하면 국내 선수를 육성해서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선순환 구조가 될 텐테, 그건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리니까 프로구단들이 당장 편한 방법으로 외국인 선수를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뜻"이라고 촌평했다. 이어 "그런 식이라면 앞으로 주전급 국내 선수는 계속 줄어들고, 그 자리를 외국인 선수를 더 늘려서 채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력 균형-하위팀 문제, 아시아쿼터로 해결될까

여자배구가 지난 시즌, 올 시즌 연속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아시아쿼터제 도입 명분인 '팀간 전력 균형' 문제가 프로 리그 흥행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어떤 상황에서도 1위와 꼴찌는 발생할 수밖에 없고, 순위 싸움이 존재하는 프로 리그에서 상하위 팀의 전력 격차는 필연적이다. 이는 팀 수와도 상관없다. 더 늘어나든 줄어들든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프로 리그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곳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전력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프로배구는 지금까지 팀간 전력 불균형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신인 선수 드래프트제를 통해 하위권 팀에게 1~3순위의 유망주들을 몰아줬다. 기량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하위권 팀이 우선 선발할 가능성이 높은 트라이아웃 제도까지 시행해 왔다.

그러나 소위 '만년 하위권' 팀은 매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전력 불균형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외국인 선수 말고도 널려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위권 팀 스스로의 내부 문제가 더 큰 요인이다. 아무리 하위권 팀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줘도 전력 균형이 맞춰질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감독 선임·외국인 선수 선택 오류, 배구단에 대한 구단주의 잘못된 마인드, 투자 부족,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실패 등 구단 프런트의 패착이 팀을 하워권에서 맴돌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는데도, 제대로 된 진단과 인적 혁신은 하지 않고 자꾸 외부 제도를 변경하면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스타-국제대회 성적 '훨씬 중요'... 2군리그·신생팀 요구 많아

어느 종목이든 리그 인기를 상승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스타와 신진 스타가 끊기지 않고 계속 나와야 한다. 그렇지 못한 리그는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국내 프로 리그에서는 거의 불문율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도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 10명보다 국내 스타 1명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이 리그 흥행 측면에서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다.

프로 리그의 흥행은 전력 균형, 외국인 선수 문제보다 더 큰 차원의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대중들이 그 종목의 리그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때문에 리그 운영 주체들의 팬층 관리와 유지 노력, 그리고 대중의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는 국제대회 선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리그 인기를 높이고 유지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한 가지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두 요소가 모두 리그 흥행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배구계와 팬들은 프로구단들이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V리그 인기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외국인 선수 확대만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2군 리그, 신생팀 창단, 클럽 시스템 등을 더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방안들에 대해서 KOVO나 프로구단들은 일부 구단의 반대, 심도 있는 검토 등을 핑계로 논의의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프로야구, 프로축구에 이어 남녀 프로농구도 모두 2군 리그를 도입해서 현재 실시하고 있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연구를 해야 좋은 방도도 나오기 마련이다. 편한 방법만 찾다가 결국 자신들을 옥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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